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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겨도 져도 죽는 것이 축구…비극의 PK실패, 살해협박· 집18채 날리고 이민까지

입력 : 2018-07-07 07:39:00 수정 : 2018-07-06 16:4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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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예전부터 단일 경기 중 전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다.

과거 마야인들도 일종의 종교행사였던 축구경기 '폭타폭'에 열광했다. 묘한 것은 경기 뒤 반드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다. 그 것도 이긴팀에서 희생자가 나왔다. 더 묘한 것은 희생자가 이를 자랑스럽게 여겼다는 점이다. 신에게 선택된 존재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지만 참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인들도 축구에 열광하다. 특히 최고봉이라는 월드컵에 쏟는 관심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기가 높은 만큼 반대급부도 존재한다. 이기면 영웅이 되지만 졌을 경우 피곤하다. 특히 운명이 걸린 순간 페널티킥을 실축했거나 실패했을 경우 해당 선수는 그야 말로 초죽음이 된다.

◇ 페널티킥이 부담스러운 것은 넣으면 '본전', 실패하면 역전을 넘어 죽임까지

페널티킥은 이론상 가장 넣기 쉬운 골이다. 골키퍼 동작이 아무리 빨라봤자 구석으로 정확히 차넣는 키커를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이론대로 되는가. 숱한 선수가 실수한다.

지켜보는 이야 재미있다지만 실축한 선수는 죽을 맛이다. 자책하는 것도 부족한 듯 극성 팬들은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2018러시아월드컵 16강전서 승부차기 놓친 콜롬비아 선수들 살해협박받아

콜롬비아인들의 축구 사랑도 대단하다. 또 다혈질이다. 다만 축구를 사랑하는 일부 방법에 문제가 있다.

2018러시아월드컵 8강 진출을 놓고 콜롬비아는 잉글랜드와 격돌했지만 승부차기 3-4로 져 떨어졌다.


당시 콜롬비아는 승부차기를 하는 동안 국제선 출발까지 늦춰가면서 온 국민이 중계화면에 빠져들었다. 1~3번키커까지 깔끔히 성공시켰지만 4번째 키커 유리베(사진), 5번째 키커 바카는 뜻밖에 실출하고 말았다.

열받은 일부 팬들은 SNS를 통해 "니가 죽질 바란다"  "곧 범죄 조직이 처리하러 갈 거다" "이번이 너의 마지막 경기였다"며 살해협박 메시지를 남겼다.

유리베, 바카가 바짝 언 것은 협박이 실행에 옮겨진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1994년 미국월드컵 때 자책골을 넣었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르가 살해협박에 시달렸고 결국, 콜롬비아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 크로아티아전 PK실패, 덴마크의 예르겐센도 살해 위협에 시달려

2018러시아월드컵서 덴마크는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 때 승부차기 2-3으로 패했다. 


이후 승부차기 2-2 동점인 상황에서 덴마크 마지막 키커로 나섰던 니콜라이 예르겐센(사진)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실축했다.

그러자 8강행 실패에 따른 모든 책임이 예르겐센에게 쏟아졌고 SNS에 살해 협박 글까지 등장, 덴마크 축구협회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 이탈리아 슈퍼스타 '말총머리' 바조, 1994월드컵 결승 승부차기서 실축· 성난 팬들 화형식 거행

로베르토 바조는 1980~1990년대 이탈리아를 대표한 골게터. 잘생긴 얼굴에 말총머리로 멋을 낸 스타일리스트로 인기를 한 몸에 모았다.

이런 바조도 1994년 승부차기를 놓쳐 화형식을 당하고 선수생활은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4년 미국월드컵서 바조의 활약은 만점 그 자체였다. 16강, 8강, 4강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을 결승에 올려 놓았다. 이탈리아 국민에겐 구국의 영웅 그 자체였다.

결승서 브라질과 0-0으로 비긴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 들어가 가장 정확한 바조를 마지막 5번 키커로 배정했다.


승부차기 2-3으로 뒤진 채 5번째 키커로 나온 바조는 그만 볼을 하늘 높이 차 버렸다. 그가 성공해야 마지막 브라질 키커가 차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지만 그런 기회조차 날려 버렸다.

격분한 이탈리아 팬들은 그의 초상화와 유니폼을 불태우고 이탈리아로 오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시 27살의 한창 나이였던 바조는 승부차기 실축 한번으로 극도로 위축돼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 팬들 기억 밖으로 사라졌다.

▲ 1969년 PK 실축으로 집 18채 값과 월드컵 본선 티켓 날리고 이민 떠난 임국찬

한국 축구사상 가장 유명한 페널티킥 실축 사건은 1969년 10월 20일 호주와의 1970년멕시코월드컵 아시아 대양주 최종예선에서 나왔다.

한국, 일본, 호주가 1,2차 리그전을 펼쳐 1위국이 멕시코월드컵에 출전하는 방식이었다.

한국은 호주와의 2차리그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1승1무1패, 호주는 2승1무1패였다. 한국이 호주를 이길 경우 최종전을 갖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전 국민이 흥분했고 정부까지 나서 승리를 독려했다.

당시 김형욱 중앙정부부장이 "멕시코 월드컵 티켓을 딸 경우 선수 전원에게 집 한 채씩 주겠다"고 사상 최대의 포상책까지 내 걸었다.

동대문 운동장으로 호주를 부른 한국은 전반 26분 박수일의 선취골을 넣었지만 후반 5분 동점골을 허용했다. 1-1로 흐르던 후반 20분 이회택이 호주로부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약속대로 키커로 임국찬이 나왔다. 당시 임국찬의 PK 성공률은 99%로 찼다하면 성공이었다. 


천하의 임국찬도 긴장했는지 그만 호주 골키퍼쪽으로 페널티킥을 차버리고 말았다.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나고 한국의 월드컵 진출은 그 후 16년 뒤에나 이뤄졌다.  

임국찬의 실축으로 선수 18명은 집 한 채씩, 모두 18채를 날려버렸다. 2년 뒤 임국찬은 미국 이민 길에 올랐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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