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지난 3월 기금운용본부장 공모 절차에 나서 지난 4월 초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 등 3명을 최종후보로 선택, 면접 절차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사퇴하면서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조타수’ 자리가 공석 중이다.
공모 당시 금융권 등에서는 곽 전 대표의 내정설이 나돌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밖이었다. 적격자 없음 결정으로 전원이 탈락했다.
곽 전 대표는 최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공모가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김성주 이사장이 전주로 불러 ‘CIO에 취임하시면 바빠지실 테니 미리 알고 싶어서 연락했다’고 말했다”고 폭로했다. 김 이사장은 “6월 중순 예정된 해외출장도 같이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그는 전했다. 곽 전 대표의 내정설이 터무니없는 억측만은 아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곽 전 대표는 지난 1월 말 장 실장한테서 전화로 응모 권유를 받았다고 했다.
장 실장이 공모절차 개입 여부와 무관하게 곽 전 대표를 마음에 둔 것만은 사실로 보인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실장이 (곽 전 대표에게) 지원해 보라고 전화로 권유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권유와 인선을 위한 심사는 무관하게 진행됐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장 실장이 전화로 ‘잘되기를 바란다’는 덕담 차원의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곽 전 대표가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 이사장이 곽 전 대표의 내정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언행을 한 점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 곽 전 대표는 병역과 이중국적 문제 등으로 검증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게 없었더라면 곽 전 대표로 낙점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공단은 6일부터 19일까지 2주간 후보자 지원서를 접수하는 등 CIO 재공모 절차를 진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김준영·유태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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