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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조율도 안 된 설익은 정책 남발하면 정부 불신 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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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5 23:33:52 수정 : 2018-07-05 23:3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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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을 놓고 또 혼선이 빚어졌다. 세법을 포함해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그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권고한 금융소득종합과세 방안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재정특위 권고안대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연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면 금융권의 돈이 부동산 쪽으로 흘러간다는 이유에서다. 집값, 임대료가 뛰는 부작용이 속출할 것임은 당연하다. 권고안은 하루 만에 뒤집히고 말았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번 사태의 내막을 뜯어보면 설익은 정책의 실상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기재부는 18차례에 걸친 재정특위 회의에서 끊임없이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그것도 재정특위에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세제실장이 직접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세제실장은 세법 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의 핵심이다. 그럼에도 재정특위는 경제정책 컨트롤타워인 기재부 의견을 모두 무시한 채 확정된 정책 방향인 양 발표했다. 애초 정책 조율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다. 기재부 내에서 “공론화 과정 한번 거치지 않고 그런 식으로 발표를 해도 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기재부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는 “청와대와 기재부 입장에는 차이가 없다”고 했다. 차이가 없다면 재정특위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함부로 발표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하지 않는가. 재정특위는 일반 자문기구가 아니라 기재부 세제실장이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기구다. 그러기에 특위의 권고안은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놀라운 것은 권고안이 참여연대의 세법안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는 사실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비롯해 종합부동산세, 주택임대소득 강화 방안이 판박이처럼 똑같다. 참여연대가 기재부보다 위에 있는가.

정책 혼선은 이번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도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 의견은 그때도 무시됐다. 최근에는 탄력근로제를 두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6개월로 늘리면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가 없다”며 어깃장을 놓았다. 정책 조율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념에 매몰된 경직된 사고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에서 문제는 여간 심각하지 않다. 조율되지 않은 부실 정책이 남발되면 정부 불신은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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