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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구의일상의경제학] 탐색이론과 눈높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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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5 23:33:03 수정 : 2018-07-05 23: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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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의 탐색 중지 결정 쉽지 않은 일 / 주변 의식 비현실적 눈높이 안 갖도록
현명한 소비자는 상품을 구매할 때 여러 상점을 돌아다니면서 품질과 가격을 비교할 것이다. 만약 열 개의 상점이 있다면 열 개의 상점을 다 돌면서 발품을 팔고 나서 가장 품질과 가격의 조합이 좋은 상점에서 구매할 것이다.

그런데 한번 들렀던 상점에는 다시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세 번째로 방문한 상점의 품질과 가격이 마음에 들긴 하지만 아직 일곱 곳의 상점을 보지 못한 상황이므로 소비자는 다른 일곱 곳에 더 나은 상품이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이 세 번째 상점을 지나쳐 다른 일곱 곳의 상점을 다 돌아봤는데도 세 번째 상점만한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다시 세 번째 상점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기에 그냥 세 번째 상점에서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렇게 이미 돌아본 상점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을까. 바로 결혼 시장과 구직 시장이 여기에 해당되는 경우다.

결혼 시장을 생각해 보자. 결혼 연령의 남성은 평균적으로 최대 열 명의 여성과 의미 있는 만남을 가질 수 있고, 이 열 번의 기회 안에서 결정해야 결혼이 가능하다고 하자. 그런데 이 남성의 머릿속에는 이상형의 여성이 갖춰야 할 열가지 조건이 있는데, 세 번째 만난 여성이 그중 일곱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면 어찌해야 할까. 당연한 사실은 그 여성에게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남은 일곱 여성을 다 사귀어 본 후 다시 돌아와서 결론적으로 세 번째 여성이 최고이니 결혼하자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마도 그 여성은 이미 결혼했을 가능성도 크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기를 한번 떠난 남성을 다시 사귀어 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우도 비슷한 고민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눈이 높아서 결혼을 못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구직 활동도 동일한 원리가 적용된다. 갑이라는 기업이 채용하고 싶다고 하는데 만일 구직자가 ‘제가 다른 기업 다섯 곳만 더 면접 보고 다 떨어지면 그때 오겠습니다’라고 했을 때, 기다려 주는 기업은 아마 없을 것이다. 한번 거절하면 영원히 근무할 수 없는 갑이라는 기업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거절하고 더 구직활동을 하는 것이 옳을까 하는 고민을 해본 사람이 많을 것이고, 이런 문제를 연구하는 경제학의 분야를 탐색모형(search model)이라고 한다.

결국 탐색모형에서 구하고자 하는 답은 어느 정도에서 탐색을 중지하고 결혼이나 취업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배우자나 직장에 대한 눈이 너무 높은 사람은 탐색을 계속하다가 기회를 모두 허비하고 결혼과 구직에 실패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안게 된다. 반면 이런 위험을 피하고자 눈을 아주 낮춰 지나치게 일찍 결정해 버리는 경우에는 결혼 생활과 직장 생활에서 후회할 수도 있기에 쉬운 결정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는 결혼을 안 하는 또는 못 하는 비율과 취업을 하지 못하고 계속 구직활동을 하는 비율이 아주 높다. 탐색이론에 따르면 눈이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의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자신뿐이므로 눈이 너무 높다는 타인의 말을 신경 쓸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타인이나 사회 분위기를 의식해 비현실적인 눈높이는 갖지 않도록 하는 지혜 역시 필요한 것 같다.

한순구연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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