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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CVID 거부에 FFVD로 선회한 美, 비핵화 돌파구 열까

입력 : 2018-07-05 11:04:22 수정 : 2018-07-05 1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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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美,北입장 배려하되 '철저 검증' 강조한 듯"
폼페이오 방북 성과에 어떻게 반영될지 '주목'
6∼7일 진행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를 앞두고 미국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 FFVD)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데는 함의가 적지 않다.

미국이 기존에 사용해온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CVID)'를 대체하는 듯한 FFVD에는 나름의 의도가 포함돼 있어 보여서다.

미측의 이런 용어 변경의 배경을 짚어보면 우선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CVID가 담기지 않았다는 미 조야의 비판을 의식한 기류가 느껴진다. 공동성명에 '완전한 비핵화'라고만 명시됨으로써 'VI'를 포기한 것 아니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공격한 데 대한 대응 성격이라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용어는 VI도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반대 세력을 그다지 설득하지 못한 데 따른 선택이 FFVD 아니냐는 것이다.

사실 북한으로선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기는 물론 차후에도 의학 용도를 포함해 어떤 용도의 핵개발 조차도 불가능해지는 '불가역적인(Irreversible)' 비핵화를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같은 요구는 패전국과의 회담에서나 가능한 일로, 북미 간 비핵화와 대북체제안전보장 논의는 그런 성격이 아니라고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차원에서 공동성명에 CVID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미국은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현실적' 접근법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CVID는 북한을 '악의 축', '범죄정권' 등으로 규정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고안된 북한 비핵화 용어다.

외교 소식통들은 CVID의 실질적 내용뿐 아니라 그 표현에 대해 북한은 정서적인 반감을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북한은 자국을 적대시했던 부시 행정부 때부터 써온 용어인 CVID로 압박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돼야 북한도 비핵화가 가능하다는 기존 주장과 배치되는 CVID를 수용할 수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미 행정부는 '관성'에 따라 6·12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CVID'라는 용어 명시를 집착함으로써, 성 김 주필리핀 주재 미국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의 실무회담에 이은 본회담에서도 서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5일 "CVID에 대해 북한이 거부감을 표해온 것뿐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도 'CVID를 그렇게 강조해놓고 왜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담지 못했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며 "북한이 거부감을 덜 가질 수 있고, 미국 내에서도 논란을 피할 수 있는 표현을 택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결국 CVID에서 'I'(불가역적)가 빠진 것인데, '핵 관련 지식 기반과 핵 과학자 문제까지는 미국의 개입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는 대신 검증만큼은 철저히 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FFVD 사용이 북한의 거부감을 감안함으로써 협상의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인지, 폼페이오 장관 고유의 '브랜드 만들기'인지 알 수 없다"면서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내포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정권 교체로 귀결될 수도 있는 일방적인 군축 방안이라고 북한이 인식하는 CVID를 계속 요구하는 대신 상호 위협 감소에 방점을 둬야 한다는 취지로 한국 정부 당국자가 지난달 미측에 조언했다는 로이터 통신의 4일 보도도 관심을 끈다.

CVID라는 '용어'에 스스로 발을 묶지 말고, 실질적으로 북한을 비핵화시키기 위한 상호 행동 쪽에 초점을 맞추자는 우리 정부의 제안에 미측이 공감했던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결국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 속에서도 미국이 주요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를 선언하고, 비핵화 시한을 못박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FFVD라는 새 용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에서 약속한대로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노력'을 할 것이라는데 대해 '신뢰'를 보여주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제 국제사회의 관심은 미국이 보인 유연성에 북한이 호응함으로써 6∼7일 폼페이오 국무장관 방북 계기에 비핵화 프로세스가 순조로운 스타트를 할 수 있을지에 쏠릴 전망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FFVD는 결국 '검증'을 강조한 것으로, 초기단계 비핵화 이행 조치에 핵신고와 검증까지는 포함돼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의중으로 보인다"며 "북한은 검증 단계 이전부터 제재를 해제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일텐데 미북간에 어떤 합의를 하게 될지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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