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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혹시 극단선택 생각하나요"…물어만 봐도 생명 구할 수 있어요

입력 : 2018-07-04 18:25:01 수정 : 2018-07-04 17: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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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자살, 줄이려면 / 매년 1만여명 스스로 목숨 끊고 시도자 통계 없지만 60만명 추정 / 자살시도자 52% 도움 요청 불구 가족 등 뒤늦게 깨닫는 경우 많아 / 취업·생활고 등 맞물린 사회문제 / 국가차원 지원·개선 필요 지적도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은 총 1만3092명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숫자다. 사망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죽음의 문턱을 두드린 자살 시도자를 합하면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약 60만명의 사람이 매년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전주시 인구 전체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현재 자살 사망자 통계는 있어도 자살 시도자와 관련한 현황은 없다. 사실상 집계가 불가능한 탓이다. 학계에서는 자살 사망자가 최소 2∼4번의 자살 시도를 하는 점과 응급실 내원 환자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자살 시도자 숫자를 사망자의 20∼150배로 추정한다.

도시 규모에 대입하면 자살 문제는 국가적 재앙 수준임을 보여준다. 매년 자살 시도자가 같은 날 한 지역에 모여 비극적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면 전주시 인구(약 60만명)에 해당하는 인원이 응급실에 실려 가는 셈이다.

윤진 중앙자살예방센터 교육개발팀장은 “자살 시도자 1명당 가족 4명, 친한 지인 2명이 있다고 가정하면 매년 360만명이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이라며 “자살 문제는 국가와 국민 전체가 나서야 하는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시 인구(약 360만명)와 맞먹는 사람이 소중한 이의 비극적 선택으로 깊은 상처를 입고 살아간다는 뜻이다.

자살은 취업, 학업, 경제적 어려움 등과 맞물린 사회 문제인 만큼 국가의 지원·개선이 필요하다. 하지만 주변의 작은 관심으로도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4일 보건복지부가 전국 42개 병원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2264명을 분석한 ‘2017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결과’에 따르면, 자살시도자의 52.1%는 자실 시도 전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문 상담사를 만나 사후관리를 받은 사람일수록 상황이 호전됐다. 복지부는 2013년부터 병원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2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하고 응급실에 온 자살 시도자에게 상담 등 사후관리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전문 인력과 1회 접촉한 경우 자살 위험도를 상·중·하로 나눴을 때 ‘상’에 속한 사람의 비율은 15.6%였지만,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10.5%, 8.1%, 6.3%로 줄어들었다.

4일 서울 마포대교 난간에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자살 예방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문가들은 따뜻한 관심과 위로의 말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제원 기자
정부는 자살시도자에게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응급실을 현재 42개에서 52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매년 1만명 이상, 하루 약 35명의 한국인이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막으려면 국민의 인식 향상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의 서비스는 사실 아픈 이의 말을 들어주고 지지해주는 것으로 일반인도 할 수 있다.

윤 팀장은 “자살시도자들은 말로, 행동으로, 상황으로 죽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경우가 많지만 안타깝게도 뒤늦게 깨닫고 자책하는 가족이 많다”며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혹시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를 묻고 도움받을 곳을 연계해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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