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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과학기술·사회 혁신의 만남 ‘리빙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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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04 21:18:20 수정 : 2018-07-04 17: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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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사용자 주도적인 실험적 공간/단순한 경제성장 도구가 아닌/삶의 질 향상 위한 매개물 돼야 기술혁신에 관한 최근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리빙랩(living lab)’이라는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리빙랩은 살아 있는 실험실, 우리 마을 실험실, 사용자 참여형 혁신공간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리빙랩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자가 주도적으로 기술혁신을 수행하는 실험적 공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리빙랩은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의 결합을 표방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듯 사회 현안 해결에 과학기술을 본격 활용한다는점에서 리빙랩이 주목을 받고 있다.

리빙랩은 2004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의 윌리엄 미첼 교수가 처음 제안한 후 2006년에 유럽연합(EU)의 19개 도시가 ‘범유럽 리빙랩 네트워크’를 결성하면서 본격화됐다. 리빙랩이 미첼 교수에게는 연구자가 사용자를 관찰하고 실험하는 공간이었지만, 유럽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실험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적극적인 의미를 띠게 됐다. 사용자가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혁신 활동의 주체로 간주됐던 것이다. 그 후 리빙랩은 전 세계로 확산돼 현재 400여개나 구축되기에 이르렀다.

송성수 부산대 교수 한국과학기술학회 회장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대에 들어와 리빙랩이 시작됐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성대골 리빙랩과 건너유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성대골은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실험을 시작했고, 2012년 서울시가 추진 중이던 에너지 자립마을 사업에 선정됐다. 그 후 마을주민, 사회적 기업가, 기술전문가, 공무원, NGO(비정부기구) 등이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2016년부터 미니태양광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성대골 리빙랩을 매개로 연구하는 지역 주민을 지칭하는 ‘마을연구원’이 탄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건너유’는 2014년 대전에서 이뤄진 리빙랩 프로젝트였다. 대전시 유성구에 위치한 물고기다리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면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이 나섰던 것이다. 지역 주민은 대전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의 지원을 바탕으로 청년 메이커커뮤니티와 합세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한 웹 서비스를 개발했다. 서버 및 모바일 시스템은 오픈소스 하드웨어인 아두이노를 활용해 구현했으며, 반복적인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최근에는 리빙랩이 일종의 붐을 맞이하고 있다. 성남시는 고령친화종합체험관을 매개로 고령친화제품 개발에 노인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리빙랩을 운영하고 있다. 포항시는 포항테크노파크 주도로 지역사회 현안을 해결하는 데 대학을 참여시키는 리빙랩을 추진하고 있다. 부산시는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를 매개로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에 리빙랩 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경우에도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과 ‘에너지기술 수용성 제고 및 사업화 촉진 사업’ 등을 통해 리빙랩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에는 리빙랩 연구자와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국 리빙랩 네트워크가 결성돼 전국 곳곳을 누비고 있다.

리빙랩이 확산되면서 그 의미도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리빙랩을 매개로 정책적 의사 결정에 시민이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기도 하고, 메이커스 운동이나 과학체험 활동의 일환으로 리빙랩을 보는 경우도 있다. 리빙랩에서 중소기업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도 하고, 대학생들의 지역봉사 모델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리빙랩의 진정한 의미는 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의 결합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이 활용되지 않는다면 리빙랩이라 보기 어렵고, 거꾸로 사회문제와 무관하게 과학기술의 개발이나 체험에만 초점을 두는 것도 리빙랩이라 할 수 없다.

리빙랩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과학기술과 사회에 대한 논의로 이어진다. 과거에는 사회가 과학기술 발전을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과학기술이 단순한 경제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매개물이 돼야 한다는 점을 의미한다. 사실상 과학기술 발전 자체가 우리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더욱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과학기술 활동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송성수 부산대 교수 한국과학기술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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