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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사랑이 아닌 강요로 결혼…축복이 아닌 '악몽'으로 남아

입력 : 2018-07-02 13:00:00 수정 : 2018-07-01 15:4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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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은 인생에 큰 축복이지만 그런 기쁨조차 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피해자’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 세계의 더 큰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과거에는 특정 종교에서 피해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남녀와 종교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형→징역형’ 수단 여성 판결…비슷한 처지 피해자 조명할까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프리카 수단 법원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노라 후세인(19)에게 징역 5년을 최근 선고했다. 법원 판결에 노라를 응원해온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그의 어머니는 “우리 딸이 세상에서 더 살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라는 15살 때 가족에 의해 한 남성과 결혼하도록 강요받다가 도망쳐 3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자신을 회유한 아버지에게 속아 집으로 돌아간 노라는 결국 남성의 집으로 팔리듯 떠넘겨져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노라가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자 남성이 그를 성폭행했으며, 다음날 다시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하자 노라는 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아프리카 수단 법원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노라 후세인(19·사진)에게 징역 5년을 최근 선고했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숨진 남성의 가족은 재판 과정에서 그를 용서하려 하지 않았으며, 노라를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의 사형 판결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usticeforNoura(노라에게 정의를)’ ‘#SaveNoura(노라를 구하자)’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쏟아졌다. 수단은 10살만 되면 아이를 결혼시키며 부부 사이에서의 강간(marital rape)도 합법화하는 국가로 알려졌다.

노라의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이 내려진 지 2주 만에 항소서를 제출했다고 지난 5월26일 밝혔다. 항소서 제출 기한이 보름인 점을 생각하면 매우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징역형이라는 결과가 나오자 같은 처지에 놓인 여성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쏠릴 거라는 예측이 나온다.

◆아프간 女 3분의 1도…18살 이전 강제 결혼

중동 국가 아프가니스탄도 마찬가지다. 첫 번째 생일을 맞이하기 전 아기 18명 중 1명이 사망하며, 12살에서 23살 사이 아프가니스탄 청년 중 절반 가까이가 제대로 된 백신조차 맞지 못한 채 살아가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여성 3명 중 1명이 18살 이전 가족에 의한 강요 결혼에 희생되는 것으로 UNICEF(유니세프) 조사 결과 나타났다.

아프가니스탄 문화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보편적인 시각에서 그들의 말은 환영받지 못한다. 강제 결혼으로 원치 않는 남자와 백년가약을 맺어야 하는 여성들 중 일부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소중한 인생을 파멸로 이끈다는 점을 생각하면 강요 결혼은 문화 고유성을 떠나 반드시 없어져야 하는 사회 현상으로 지목된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BBC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이 왜 많은가’라는 제목의 1일자 기사에서 ‘강요 결혼’을 이유 중 하나로 밝혔다.

아프간독립인권위원회(AIHRC)의 하와 아람 누리스타니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극단적 선택은 가족 내부 문제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며 “강요 결혼으로 팔리듯 다른 집안에 넘겨지면 여자는 자신이 ‘집에서 버려진 존재’이며, 누구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정도로 가치가 떨어진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강요 결혼은 여성의 교육 기회도 박탈한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현지에서 독극물 등을 구하기 쉬운 상황과 맞물리면서 여성의 자살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더 이상 묵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모 때문에 이라크에서 강제 결혼…‘가정문제’ 치부로 구하지 못한 언니들

호주에서도 과거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지의 한 무슬림 학교에 다니던 두 자매가 부모의 강요로 이라크에 사는 남성들과 강제로 결혼한 사실이 몇 년 전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호주 ABC뉴스 홈페이지 캡처.


당시 두 언니에 이어 자기 차례가 올 거라고 생각한 소녀는 호주 연방 경찰(AFP)에 사실을 알렸으나 강제 결혼을 그저 ‘가족 내부 문제’로 치부했을 뿐, 경찰이 손을 쓰지 않은 탓에 먼 나라로 떨어져야 했던 언니들을 구하지 못했다.

여성의 언니들은 여전히 타국에서 살고 있다.

◆英 남성도 강제 결혼 희생 위기…경찰이 보호 결정

여성만 강제 결혼에 시달리는 것도 아니다.

지난달 20일,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사우스요크셔 주(州)에 사는 한 10대 남성이 남매와 더불어 강제 결혼의 희생자가 되지 못하도록 주 경찰이 결정해 화제가 됐다.

남성의 부모는 아들이 5살일 때, 한 가족에게 그를 나중에 결혼시키기로 합의했는데 남성이 자라면서 지시를 따르려 하지 않자 위협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성과 그의 남매는 경찰의 보호 덕분에 ‘가족 명예’에 기반한 범죄 희생자가 되지 않았다.

사우스요크셔 경찰의 강제 결혼 희생자 보호 결정은 처음이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피해자가 되고도 말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의 사연을 더욱 많이 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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