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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의인문상식] 가치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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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9 20:57:03 수정 : 2018-06-29 20: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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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원화된 세상 속 가치 의미 재정립/ 부단한 성찰로 후회와 허무 줄여야 사람을 움직이는 요소는 많다. TV 홈쇼핑을 보다 갑작스레 물건을 사게 되면 충동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셈이다. 충동에 움직이게 되면 뜻하지 않은 횡재를 할 수도 있지만 ‘왜 그렇게 했지’라는 후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오랜 시간을 걸쳐 욕망을 이루고자 노력한다. 욕망을 이루면 커다란 만족을 느끼기도 하지만 막상 이루고 나면 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허망한 느낌이 찾아온다.

사람이 완전할 수 없기 때문에 후회와 허무가 인생에 끼어들기 마련이다. 사람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하거나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아서 후회를 하곤 한다. 또 하나의 입장에 서면 자신이 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최고로 보여서 다른 것과 절대로 바꿀 수 없게 여겨지지만 다른 입장에서 보면 사소한 일로 여겨질 수 있다. 무슨 일을 해보고 나서야 후회하거나 허무하게 느끼지만 그전에 알 수가 없다. 이렇게 보면 사람은 후회와 허무를 피하고자 하지만 지식과 의지의 한계로 인해 그렇게 되기가 쉽지 않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사람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지니고 있지만 후회와 허무를 줄이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길을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가치는 어떤 사물·현상·행위 등이 사람에게 의미 있고 중요하며 바람직한 것을 나타낸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가치 있는 삶은 과거와 다른 특성을 갖는다.

첫째, 가치는 역사적 산물이다. 가치는 인간이 현실세계에서 다양한 실천과 경험을 하면서 가치의 높낮이가 바뀌게 된다. 교육에서 평균적인 지식을 암기해 특정 유형의 문제를 푸는 능력이 강조됐다면, 최근에 이르러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창의적 능력을 높이 사고 있다. 또 최근의 탈코르셋 운동에서 드러나듯이 여성이 사회적 시선에 따라 자신을 관리하지 않는 주체의 시선을 집단적으로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려면 나의 삶이 시대를 거스르지 않고 함께 호흡할 수 있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둘째, 가치의 다원성이 부각되고 있다. 농업 사회와 초기 산업화 사회에서 사람은 비슷한 세대끼리 통상적 매뉴얼에 따라 앞서거니 뒤서거니 엇비슷한 삶을 살았다. 친구들이 학교 갈 때 입학하고 취업할 때 취업하고 결혼할 때 결혼하는 식이었다. 그 결과 삶의 가치가 특정한 방향으로 수렴돼 획일적 특성을 나타냈다. 반면 현대 사회에 이르러 노동조건이 다변화하고 인공지능(AI)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삶의 속도만이 아니라 방향도 개인에 따라 얼마든지 재구성될 수 있다.

가치의 두 가지 특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삶을 구상해야 한다. 이때 가치가 이성적으로 수용할 수 있고 감성적으로 충만될 수 있어야 지속적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성적으로만 수용하고 감성이 뒤따르지 않으면 살고자 하는 가치는 거창할지 몰라도 텅 빈 껍데기마냥 추진력을 강하게 발휘할 수 없다. 예컨대 세계 평화를 위한 삶은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방향이다. 하지만 내가 그에 어울리는 일상의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세계 평화의 가치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가 되지 않는 한 열정을 쏟을 길을 찾을 수가 없다.

다음으로 감성적으로 넘치지만 이성적으로 수반되지 않으면 가치는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리는 선동의 구호로 전락될 수 있다. 예컨대 불로장생의 100세 인생은 누구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목표이다. 개인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미래의 낙관으로 움직였다가 인생의 에너지를 엉뚱한 곳에 낭비할 수 있다. 100세의 인생이라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일은 아니다.

우리는 이성적으로 수용할 수 있으면서 감성적으로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삶을 구체적으로 사유해야 한다. 오늘날 자연환경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이 가진 것을 이웃과 공유하며 느리게 살아가는 삶이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삶의 커다란 방향으로 볼 수 있다. 자신이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보람을 느끼는 구체적 삶을 산다면 평생 쌓아온 삶이 후회와 허무의 늪으로 빠지는 소리를 듣지 않을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 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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