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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경영계 "유연근로시간제 확대" vs 노동계 "값싼 장시간 노동 조장"

입력 : 2018-06-27 19:04:31 수정 : 2018-06-27 20: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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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가이드라인’ 경영계·노동계 입장 엇갈려/업종에 따라 주64시간 근무 가능/‘최장 3개월’ 탄력근로시간제 등/ 정부, 내달 시행 앞서 보완책 제시/ 경총 “선진국처럼 1년까지 허용을/ 특별연장근로 업종도 늘려달라”/ 노동계 “근로시간 단축 취지 역행/ 수당 휴가 대체 등 사측만 이득"
주 52시간 상한의 근로시간 단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직장마다 유연근로시간제 활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하루 근무를 더하고 이튿날 근무를 줄이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경영계는 현실을 감안해 유연근로시간제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계는 제도 취지를 퇴색시킨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유연근로시간제 활용 확대에 공감하면서도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다.

27일 경영계에 따르면 대다수 기업이 유연근로시간제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특정 사업현장의 경우 업종과 근무방식의 특수성으로 인해 단축 근로시간 규정을 지킬 수 없어 휴일근로가 불가피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방송프로그램 제작이나 정유·화학업종의 대정비작업, 교대제 사업장의 대근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8일 고용노동부에 건의문을 전달하며 ‘특별연장근로 인가’ 허용범위 확대와 현재 2주·3개월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최대 1년까지 확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자연재해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의 승인과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 근로시간 상한 기준을 초과하는 근무가 가능케 하는 제도다.

경총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취업규칙 변경 시 2주,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해야 하지만 최대 3개월로 한정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힘들다”며 “유럽연합(EU)과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이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1년 단위로 설정하듯 우리도 단위기간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연근로시간제 유형으로는 크게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사업장 밖 간주 근로시간제 △보상휴가제 5가지가 있다. 이 중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도가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일이 많은 주 또는 1일의 근로시간을 늘리는 대신 다른 주 또는 1일의 근로시간을 줄여 평균 법정근로시간(주 40시간)을 맞추는 방식이다. 3개월 단위의 경우 노사합의에 따라 1주 최대 64시간(52시간+연장 12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빙과류·냉난방장비나 여행상품 판매 업종, 패션섬유업계 등 계절적 영향을 받거나 성수기·비수기에 따라 업무량 편차가 많은 곳, 운수·철강·석유화학 등 연속적 근로시간 운영이 효율적인 업종, 게임업체 등 단기간 프로젝트성 업무 중심인 경우 활용하기가 좋다.

노동계는 “제도 취지에 정면으로 역행할 뿐 아니라 값싼 장시간 노동을 조장한다”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운영하면 해당 기간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도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또 ‘보상휴가제’를 통해 연장근로에 따른 가산수당 일부를 휴가로 부여할 수도 있다. 기업으로서는 근로시간 단축 부담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비용절감까지 일석이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동자는 그만큼 제도 시행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게 된다.

민노총 관계자는 “장시간 노동은 총 근로시간도 문제이지만 1일, 1주 단위의 과도한 노동도 장시간 노동의 주범”이라며 “유연근로시간제는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가산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게 해 값싼 노동을 자본의 편의, 입맛에 맞게 운영하도록 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도 “탄력근로의 단위기간을 늘릴 경우 사용자들은 시간 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저임금으로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어 근로시간 단축 정신을 훼손할 것”이라며 “정부가 강력 단속 대신 제도 정착에 초점을 맞춘다면 어떤 사용자도 근로시간 단축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을 위해 처벌보다는 유연근로시간제 활용 및 계도·지원 중심의 활동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남혜정 기자 hjn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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