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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부부 강간' 남편 살해로 사형선고…수단 10대 여성 항소심서 '징역형'

입력 : 2018-06-29 13:00:00 수정 : 2018-06-27 13: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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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듯 결혼한 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아프리카 수단의 1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항소심에서 징역형으로 감형되면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수단 여성들에게 한 줄기 빛이 드리울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UN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단에서 여성 3분의 1이 18살 이전에 결혼하는 등 진정한 사랑이 아닌 압력에 의한 인생을 사는 것으로 드러나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팔리듯 결혼한 뒤,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아프리카 수단의 노라 후세인(19·사진)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지난 28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수단 법원이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노라 후세인(19)에게 징역 5년을 최근 선고했다.

법원 판결에 노라를 응원해온 많은 이들은 환호했다. 그의 어머니 자이나브 아메드도 “우리 딸이 세상에서 더 살아갈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노라의 변호인단은 1심 판결이 내려진 지 2주 만에 항소서를 제출했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항소서 제출 기한이 보름인 점을 생각하면 매우 많은 고민을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현지 법원이 노라에게 사형을 선고하자 그의 재판 결과를 듣기 위해 몰려있던 시민들이 대거 반발했다.

해외의 인권단체 관계자도 법원의 판결은 성(性)에 기반한 완전한 차별이라며 옳지 않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노라는 15살 때 가족에 의해 한 남성과 결혼하도록 강요받다가 이모와 함께 도망쳐 3년간 떠돌이 생활을 했다.

자신을 회유한 아버지에게 속아 집으로 돌아간 노라는 결국 남성의 집으로 팔리듯 떠넘겨져 억지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노라가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자 남성이 그를 성폭행했으며, 다음날 다시 같은 짓을 저지르려 하자 노라는 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했다.

범행 직후 노라가 가족에게 도망쳤지만, 오히려 그의 가족은 딸의 범행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남성의 가족은 재판 과정에서 그를 용서하려 하지 않았으며, 노라를 사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형 선고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 앞에 몰렸던 수많은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다.

 
미국 CNN 영상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JusticeforNoura(노라에게 정의를)’ ‘#SaveNoura(노라를 구하자)’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쏟아졌다.

CNN은 “수단은 10살만 되면 아이를 결혼시킬 수 있다”며 “부부 사이에서의 강간(marital rape)도 합법화하는 국가”라고 전했다.

처음 노라를 변호하려다가 이탈한 변호사 대신 새롭게 선임된 변호인 알 이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노라는 법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에게도 버림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알 이맘은 노라의 이야기가 수단 여성들의 인권 현주소를 나타내는 동시에 무조건 남편에게 복종하는 게 당연시 여겨지던 수단에서 커다란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맘은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 판단에 대한 견해를 밝히려 했으나 당국의 개입과 위협 등으로 자리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비난이 거세졌다.

법원 앞에서 판결에 항의했던 샤드 함자(20)는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부부 강간의 피해자가 되고도 자기 이야기를 공개하지 못했다”며 “수단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게 금기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여성으로 추정)이 가족이나 조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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