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6일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의혹 문건 410개 파일과 포렌식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 19일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청한 지 엿새 만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검찰이 요청한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와 관용차 운행 일지, 법인카드 내역, 업무용 휴대전화와 공용 이메일 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국민이 수긍할 것 같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 자료로 사실을 확인할 부분이 많고 진실 규명을 위해선 (대법원에) 요청한 자료들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컴퓨터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뒤인 지난해 10월 훼손돼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전 처장 컴퓨터는 지난해 6월 퇴임 당시 훼손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압수수색은) 말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강제 수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법원 측은 디가우징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예규인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법원의 컴퓨터 등 전산장비는 ‘내용기간 경과 등으로 수리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해 사용함이 비경제적인 경우’에는 불용품(못 쓰는 물건) 처리 절차를 밟게 돼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그 직무의 특성상 임의로 재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디가우징을 한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또 대법원이 제출한 의혹 문건 파일은 “대법원 판례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 파일은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의 하드디스크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검찰 관계자는 “(파일 작성자) 본인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이상 전문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원세훈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 등이 연루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판결 당시 “검찰이 제출하고 2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은 ‘425지논’과 ‘시큐리티’란 국정원 내부 자료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2심의 유죄 판결을 깬 바 있다. 파일 작성자로 알려진 김모씨가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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