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법원 하드디스크' 놓고 검찰·법원 갈등 격화

입력 : 2018-06-26 22:03:31 수정 : 2018-06-26 23:07:56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 대법원 410개 문건 파일만 제출 / 양승태 법인카드 내역 등은 제외 / 하드디스크는 복구 불능 상태 / “데이터 삭제 등 경위 파악 필요” / 檢 반발… 강제수사 가능성 시사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명할 핵심 물증인 법원행정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원이 문제의 하드디스크 임의 제출을 거부한 데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쓰던 하드디스크가 복구가 불가능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검찰은 강제수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대법원은 26일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에 의혹 문건 410개 파일과 포렌식 자료를 제출했다. 지난 19일 검찰이 자료 제출을 요청한 지 엿새 만이다.

대법원은 그러나 검찰이 요청한 양 전 대법원장 등 관련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8개와 관용차 운행 일지, 법인카드 내역, 업무용 휴대전화와 공용 이메일 기록은 제출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이 “국민이 수긍할 것 같냐”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날 검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객관적 자료로 사실을 확인할 부분이 많고 진실 규명을 위해선 (대법원에) 요청한 자료들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컴퓨터가 ‘디가우징’됐다고 밝히면서 “경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디가우징은 강력한 자기장을 통해 하드디스크에 저장된 데이터를 삭제하는 기술이다. 복구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 컴퓨터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뒤인 지난해 10월 훼손돼 일각에서는 증거 인멸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전 처장 컴퓨터는 지난해 6월 퇴임 당시 훼손됐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대법원 압수수색은) 말할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강제 수사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 없다”면서 대법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법원 측은 디가우징은 통상적인 업무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문제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 예규인 전산장비운영관리지침에 따르면 법원의 컴퓨터 등 전산장비는 ‘내용기간 경과 등으로 수리 사용할 수 없거나 수리해 사용함이 비경제적인 경우’에는 불용품(못 쓰는 물건) 처리 절차를 밟게 돼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관 이상이 사용하던 컴퓨터는 그 직무의 특성상 임의로 재사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디가우징을 한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이 쓰던 하드디스크를 확보하겠다는 뜻이 강하다. 검찰의 고도화된 디지털 포렌식 방식을 통해 일부 복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검찰은 또 대법원이 제출한 의혹 문건 파일은 “대법원 판례상 증거능력이 없다”며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 파일은 특별조사단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자들의 하드디스크에서 추출한 것들이다.

검찰 관계자는 “(파일 작성자) 본인이 스스로 만들었다는 걸 인정하지 않는 이상 전문법칙에 따라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의) 원세훈 판결”이라고 꼬집었다.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 등이 연루된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판결 당시 “검찰이 제출하고 2심 재판부가 유죄 판단의 주요 근거로 삼은 ‘425지논’과 ‘시큐리티’란 국정원 내부 자료는 증거능력이 없다”며 2심의 유죄 판결을 깬 바 있다. 파일 작성자로 알려진 김모씨가 “파일을 작성한 기억이 없다”고 법정에서 진술한 게 결정적이었다.

박진영·배민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