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장관은 25일(현지시간) CNN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비핵화 이행과 관련된 시한을 강제하지 않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 “2개월이든 6개월이든 그것에 대해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으려고 한다”며 “북·미 정상이 제시한 것들을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 확인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본질적인 비핵화 추진을 당면 과제로 삼겠지만, 협상에서는 특정 시간표에 구애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일방적으로 압박하지 않고 일정 부분 믿으면서 북한의 진정성 확인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미이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전날 안보 수장인 매티스 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북한에 ‘특정 시간표’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 국방부 관리의 언급을 무색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한 외신은 전날 국방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이 곧 비핵화 시간표를 제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국방부 관리는 24일 “정상회담 합의문 이행이 어떤 모습이 될지에 대한 우리의 구상을 북한에 제시할 것”이라며 “특정 요구사항과 특정 시간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접촉 과정의 핵심 실세로 통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이 같은 입장 표명은 자신의 기존 입장이나 정부의 기존 방침과도 차이가 난다. CNN은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2020년을 ‘비핵화 시간표’로 제시했던 기존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인 2020년 말까지 북한이 주요 비핵화 조치를 이행하길 원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사실상 일부 혼선을 정리할 즈음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트위터 계정에 “국방부는 북한과의 지속적인 외교적 절차를 지지한다는 입장”이라며 “(외교 절차에는) 구체적인 타임라인은 없다”고 밝혔다. 대북 실무협상을 지휘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을 적극 뒷받침한 것이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북한이 해마다 6·25전쟁 기념일 당일 개최했던 ‘미 제국주의(미제) 반대’ 군중집회를 올해 열지 않기로 한 점을 언급하며 이를 긍정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인터뷰 녹화가 국방부 관리의 발언에 비해 먼저 이뤄진 점 등으로 미뤄 그의 발언이 국방부의 입장을 반박하는 용도는 아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외교 수장과 국방 수장 사이에 표출된 일부 ‘엇박자’ 속에 매티스 장관의 역할 축소가 확인됐다. NBC방송은 이날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정부의 핵심 외교·안보정책 결정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가 배제된 구체적인 사례로는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이란 핵합의 파기, 우주군 창설 선언 과정 등을 꼽았다.
韓·美, 방위비분담 협상… 팽팽한 기싸움? 26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협상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가 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협상은 27일까지 진행된다. 사진공동취재단 |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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