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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클' 이미지 벗고 새로운 비상 꿈꿔요"… 옥주현 데뷔 20주년 공연·연출은 정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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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2 16:19:37 수정 : 2018-06-22 17: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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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핑클’로 시작해 뮤지컬계 디바로 우뚝 선 옥주현이 데뷔 20주년 공연을 연다. 7월 14, 15일 양일간 롯데콘서트홀에서다. 콘서트 연출은 패션 디자이너이자 공연 연출가 정구호가 맡았다. 정구호 디자이너가 무용·오페라 이외 장르의 연출을 맡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사람을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옥주현은 “이번 공연은 뮤지컬 외에도 가요와 팝에 초점을 맞췄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20년에 대해 “제가 가진 가장 좋은 무기이자 버리고 싶었던 양날의 검은 ‘핑클의 옥주현’이란 점”이라며 “무대에서 핑클의 옥주현을 언제 벗어버릴수 있을까가 제게 숙제였다”고 돌아봤다. 정 연출이 정한 이번 공연의 컨셉은 ‘투 플라이 하이어(To Fly Highter)’다. 그는 “옥주현씨가 한 단계 더 비상하는 모습을 연출하겠다”고 전했다. 다음을 일문일답.

-어떤 과정을 거쳐 연출 의뢰를 하게 됐나.

(옥주현) “발레리나 김주원 언니가 정구호 선생님과 친분이 있었다. 언니한테 다리를 놔달라 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흔쾌히 ‘상상 가는 무대가 생각 난다’며 맡아주셨다.”

-어떤 무대가 되나.

(정구호) “제가 제일 중요시하는 건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다. 작업을 할 때도 나와 같이 호흡할 수 있는 분들인가가 중요하다. 주현씨를 만나니 너무 화통하시고 여러 분야에 열려 있고, 또 전문가였다. 미팅 한 번 하고 제가 오케이했다. 제가 만드는 무대, 조명 등은 공연 주인공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보여지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옥주현씨가 강한 솔로이스트라, 배경과 함께 그 포스가 멋있게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20주년 기념을 통해 주현씨가 새로운 날개를 달아보면 어떨까 했다. 또다른 새로운 더 큰 날개를 달아서 더 높게 날아갈 수 있게 하면 어떨까 생각한 공연이다. 새로운 시도가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협의 끝에 공연장에 날개를 의미하는 천을 달았다. 객석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주현씨가 가고자하는 콘서트 방향에 힘을 실어주려 했다.”

-실제 무대 컨셉을 보니 달랐던 점이 있나.

(옥주현) “선생님이 무대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을 여러 군데서 발견했다. 음악적인 걸 다 고민하고 무대를 구상해서 감동스러웠다. 제가 주원 언니한테 ‘정구호 선생님과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냐’ 물으니, 주원 언니가 ‘정 선생님 무대가 강렬해서 무용수든 가수든 이를 뚫고 나올 에너지가 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선생님이 설계한 무대가 충분히 그렇게 실현 가능한 무대였다.”

-이번 공연 내용에서 달라지는 점은 없는지.

(옥주현) “3월에도 콘서트를 했는데 그때는 기존 뮤지컬 곡이 60%였다면, 이번에는 가수로서의 20년을 기념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뮤지컬 곡과 뮤지컬 게스트도 있지만 가요와 팝에도 초점을 맞췄다. 옥주현이 노래 인생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노래가 있었고 그것의 영향이 어땠는지 설명이 조금 들어가는 노래가 될 것 같다. ‘난’이라는 솔로 데뷔곡이 있다. 엄청 어려운 노래였다. 이런 곡들을 지금 30대 후반인 상태에서 예전에 담지 못한 감성을 담아 부르려 한다. 제가 안 부를 것 같은 남자 아이돌 노래도 쇼킹하게 부를 것이다.”

-10년은 대중 가수, 10년은 뮤지컬 가수로 살았는데.

(옥주현) “제가 가진 가장 좋은 무기이자 버리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잊게 하고 싶었던 양날의 검이 제가 모두가 아는 ‘핑클의 옥주현’이란 거였다. 무대에서 ‘핑클 옥주현이야’를 언제 벗어버릴 수 있을까는 저 하기에 달렸다. 그 과정이 제게 숙제였다. 핑클 활동을 할 때는 언제 앨범 발매, 어디 합격 식으로 축하받을 일이 많았다. 그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뮤지컬 배우를 하니 그 뉴스가 부담스러워졌다. 책임이 오랜 시간 따르기 때문이다. 준비기간부터 공연이 끝나기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긴 텀의 여행, 모험, 숙제였다. 그 몇 개월 간 지치지 말아야 하고, 한결 같아야 하고, 나와 또다른 나를 분리해서 아바타 기르듯이 길러야 하는 게 어렵다. 공연 업계는 끝날 때 기사화되지 않아도 150회, 300회 보고 간 사람들의 마음, 후기가 쌓여서 더 큰 힘이 생긴다. 그걸 쌓는 과정이 제게 숙제면서 보람이었다.”

-대중음악계·공연계에서 20년간 자기 이름 석자를 알리고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비결이라면. 

(옥주현) “제가 욕은 많이 먹었다. 이렇게 해야 사랑받을까 생각해본 적이 없다. 스스로를 속이는 적은 있다. ‘좀 힘들지 않니’ 하고 스스로에게 물어도 ‘뭐가 힘들어, 이거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도 있는데’하며 저를 혼낼 때도 있다. 저를 채찍질할 수 있던 힘은, 뮤지컬은 3, 4시간 15만원 안팎을 할애해야 볼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나만의 시간을 힐링받고 싶다는 생각이 있기에 그 돈을 소비할 수 있는 거다. 입장 바꿔서 내 돈을 소비한다면 (기대에 못 미치면) 화가 날 것 같다. 지나고 보니 제가 미흡했던 시간이 부끄럽다. 관객과 입장을 바꿔보니 내가 뭘할지 너무 뚜렷하다. 다른 몇가지 원칙을 세울 필요도 없다.”

-공연장 상태, 습도에 대해 까다롭다고 알려져 있다.

(옥주현) “한때는 내가 너무 까다로워서 많은 사람을 힘들 게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저도 밑도끝도 없이 까다롭게 하는 건 아니다. 매 순간을 기록한다. 오늘은 왜 소리의 공회전이 안 되나 싶으면, 눈이 온다든지 바깥이 습도 없이 덥다든지 혹은 화요일 공연이다. 월요일 공연장이 쉬기에, 화요일 공연장은 특히 건조하다. 건조함이 소리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 크다. 그렇기에 습도에 관여할 수밖에 없다. 관객은 오늘 습도가 좋아서 잘 하나보다 생각을 못 하겠지만. 대충하면 일하는 사람은 편할 거다. 편한 것과 좋은 퀄리티는 다른 세계의 문제인 것 같다. 제가 그만큼 대충하고 싶지 않다. 배우들 사이에서는 주현이가 같이 있으면 습도는 일단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한다. 관객 분들은 왜 그런지 모르시겠지만 ‘오늘 소리가 지난번 봤을 때보다 덜한 것 같아, 합이 덜한 것 같아’ 이런 인상이 다 여기에서 나온다. 배우들이 하면서 ‘목이 막혀, 왜 이러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어가면 퀄리티가 떨어진다. 그냥 막 잘돼야 한다. 그 인물에 몰입되려면 외부 환경이 따를 수밖에 없다.”

-롯데콘서트홀은 어떤가.

(옥주현) “좋은 걸 먼저 얘기하자면, 클래시컬한 공연에는 최적이다. 마이크를 안 써도 좋다. 그런데 드럼이 들어오면 달라진다. 그 부분은 장비를 짜거나 소리를 송출하는 방식을 다르게 하고 있다.”

-선곡에 정 연출께서도 참여했다고 하는데.

(정구호) “주현씨의 보컬 스킬을 감히 누가 뭐라 하겠는가. 그건 검증된 거고, 이에 더해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면 어떨까, 안 해봤던 장르를 시도하면 어떨까 해서 그런 제안을 드렸다. 주현씨와 잘 조율해서 여태까지 콘서트와는 좀더 다른, 다양한 주현씨의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옥주현) “놀라웠던 게, 선생님이 저보다 요즘 음악을 훨씬 많이 아신다. 깜짝 놀랐다. 너무 많은 예술을 머릿속에서 짜임새 있게 갖고 계신 분이란 생각이 들었는데, 선생님께서 ‘노래 잘 하는 거 너무 잘 아는데’ 하시며, 요즘 활동하는 친구들과의 콜라보도 제안하셨다. 그런 부분이 반영됐다. 이번에 ‘녹화해가세요’ 하고 싶은 노래가 되게 많다. 재밌는 공연이 될 것 같다.”

-뮤지컬 곡들은 박자나 음악 형식이 대개 고전적이다. 재즈나 팝 음악에 대한 갈증은 없나.

(옥주현) “전 워낙 팝을 좋아한다. 제 노래가 나이를 먹을수록 쇠퇴하지 않고 땅땅하게 유지되는 이유는, 제가 언어와 몸의 구사 능력을 공부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말로 노래하는 게, 일본어로 노래하는 게 어렵다. 영어로 부르는 것처럼 쉽지 않다. 우리 말로 노래하는 사람은 우리말에 대해 완전히 파악해야 한다. 노래할 때 목이 상하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게 숙제다. 저도 예전에 ‘이 발음으로 이 음을 하는 건 어려워’ 이런 게 있었다. 그런데 언어와 소리를 구사하는 길을 공부하다보니 그 수수께끼가 풀린 거다. 그러다보니 목을 억지로 잡고 그 음을 내기 위해 힘을 다른 곳에 쓰는 이상한 수고를 안 하는 데까지 왔다. 서른 중반 정도에 그랬다. 그러다보니 여러 시간 노래해도, 다음날 언제 그랬어 하는 상태가 됐다. 제가 체력이 좋아서 노래를 오래 하는 게 아니다. 이에 대해 논문을 쓸 거다. 언젠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잘 맞았던 역할을 꼽자면.

(옥주현) “꼽기 어려운데 ‘엘리자벳’이 시작이라면 시작이었다. 배우로서, 두꺼운 점이 획으로 갈 수 있게 만든. ‘레베카’도 뮤지컬 안 보는 관객에게도 ‘그거는 봐야 하는 건가봐’하는 인상을 강하게 남길 정도로 흥행작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사랑을 많이 받았다. 감사한 작품이다. ‘위키드’는 오래 전 관객이었을 때부터 꿈꾸던 작품이었다. ‘저걸 내가 할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다’ 한 작품이었다. 근데 이 어려운 걸, 이렇게 잘 해야 하는 걸, 내가 오랜 시간 어떻게 잘 배분해서 해야할지 스트레스도 엄청 컸고. 그만큼 얻어가는 공부가 되는 작품이었다.”

송은아 기자, 사진=연합뉴스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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