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10분까지 약 5시간 동안 의원총회를 열어 당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발언자만 37명이었고 점심도 거른 격론이었다. 애초 이날 안건은 중앙당 해체와 외부인사 위주 혁신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김성태 쇄신안’이었다. 하지만 개회 직후 친박계 의원들이 ‘친박·비박 싸움 격화, 목을 친다’는 내용의 박성중 의원 휴대전화 메모를 문제 삼으며 논의 주제는 김 권한대행의 거취로 쏠렸다.
박 의원이 “한 모임(복당파 모임)에서 친박들이 당권을 잡으면 우리(복당파)를 칠 것이라는 참석자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친박계는 강력 반발했다. 김진태 의원은 “박 의원 휴대전화 메모로 비박계 속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 와중에도 당권을 잡아 상대편을 쳐낼 생각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우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분란을 일으킨 박 의원은 스스로 탈당하는 등 책임을 져라”고 몰아붙였다.
애타는 金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물을 마시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
복당파를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은 김 권한대행 엄호에 나섰다. 비박계는 당이 궤멸 직전인데 유일한 선출직 지도부인 김 권한대행마저 물러나면 더 극심한 혼란과 분열에 빠질 뿐이라는 논리를 펼친 것으로 전해졌다. 안상수 의원은 “비대위 구성이나 후반기 원 구성은 물론 정부 정책의 난맥상 등을 지적하는 야당 역할을 해나가려면 김 대행이 그대로 하는 게 맞다“고 옹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진규 정책위의장은 “다들 잘해보자는 이야기”라며 양측 간 이해와 협력을 강조했다.
친박계와 비박계 간 정면충돌로 이날 의총은 뚜렷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다. 김 권한대행은 “당이 더 이상 혼란과 혼돈으로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지만, 한국당의 내홍은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당장 양측이 비상대책위 구성을 놓고 다시 대립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현 당헌·당규를 보면 비대위 의결은 전국위원회에서 한다”며 “전국위에 친박과 비박 비대위 구성안이 따로 올라와 표 대결을 하게 된다면 우리 당은 끝장”이라고 우려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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