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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맛에 빠진 체리셰프, 러시아 입맛 사로잡다

입력 : 2018-06-20 19:00:06 수정 : 2018-06-20 22: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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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연속골… 득점왕 경쟁 가세 / 프리메라리가 진출 아버지 따라 / 5살때 스페인 건너가 축구 배워 / 12살 R.마드리드 유스팀과 계약 / 타국살이하다 러 대표팀에 합류/ 3골 넣어 호날두에 이어 득점 2위 / 낯선 고향서 월드컵 영웅 올라서 2018 러시아월드컵 개최국 러시아는 참가국들 중 유난히 국내파 비중이 큰 팀이다. 2014 브라질월드컵 때 전원 국내파로 팀을 구성한 데 이어 이번에는 23명 중 21명을 국내리그 소속으로 꾸렸다. 따라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비야레알 소속의 미드필더 데니스 체리셰프(28)에게 이런 러시아대표팀은 낯선 공간이다. 단 두 명의 해외파 중 한 명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러시아리그에서 단 한 경기도 뛰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난 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로 진출한 아버지 드미트리 체리셰프를 따라 5살 때 스페인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축구를 배웠다. 그런데 어린 소년의 축구실력이 심상치 않았다. 중하위권팀의 평범한 선수였던 아버지와 달리 체리셰프의 재능은 특별했고, 곧 레알 마드리드의 눈에까지 띄었다. 체리셰프는 12살 나이에 레알 마드리드 유스팀과 계약했고 이후로도 차곡차곡 성장해 2012년 1군 무대 데뷔까지 이뤄냈다. 
데니스 체리셰프가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집트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상트페테르부르크=AFP연합뉴스

다만, 체리셰프의 성공신화는 여기까지였다. 끊임없는 부상으로 팀에 자리 잡지 못했고 임대로 세비야, 비야레알, 발렌시아 등 팀을 떠돌기 시작했다. 결국 재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던 레알 마드리드가 체리셰프를 포기했고, 그는 2016년 비야레알에 완전이적하며 친정팀과의 오랜 인연을 마감했다. 지지부진한 행보에 러시아 대표팀도 체리셰프를 외면했다. 평가전과 월드컵 예선 등에서만 가끔 부름을 받았을 뿐 끝내 2014년 월드컵 출전명단에서 제외됐고, 유로2016도 부상으로 참가하지 못했다. 한때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개러스 베일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됐던 특급 유망주가 축구팬들은 물론 조국에서도 서서히 잊혀졌다.

이런 체리셰프가 2018 러시아월드컵 대회 초반 최고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러시아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이집트에 3-1 완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체리셰프는 이집트 아흐마드 파트히(34·알 아흘리)의 자책골로 1-0으로 앞서던 후반 14분 마리우 페르난지스(28·CSKA모스크바)의 패스를 받아 두 번째 골을 만들었다. 체리셰프의 쐐기골로 승기를 잡은 러시아는 후반 17분 터진 아르툠 주바(30·아르세날 툴라)의 골로 3-0까지 앞서갔다. 무함마드 살라흐(26·리버풀)가 후반 28분 자신이 얻어낸 페널티킥을 성공시켰지만 더 이상의 추격은 없었다.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MOM)’는 올해 유럽축구 최고 스타인 살라흐가 아닌 체리셰프였다.

체리셰프는 지난 15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도 에이스 알란 자고예프(28·CSKA모스크바)의 부상으로 전반 22분 교체 투입된 뒤 놀라운 활약으로 두 골을 뽑아내며 MOM에 선정됐다. 개막전 두 골과 2차전 한 골을 합쳐 체리셰프는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3골로 대회 득점 2위로 올라섰다. 자신이 동경했던 친정팀의 슈퍼스타와 같은 반열에 선 것이다.

체리셰프의 활약 속에 러시아도 16강 진출을 목전에 뒀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이후 한 번도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했다. 체리셰프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2경기에서 3골을 넣을 수 있던 것에 신께 감사를 드린다”면서 “하지만 내 목표는 그저 팀을 돕는 것”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낯선 고향에서 월드컵 영웅으로 올라선 체리셰프의 활약이 어디까지 계속될지 러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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