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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수 기자의 피로프! 피로프!] 아시아 5개팀은 들러리?… 투지로 ‘골리앗’에 맞서라

입력 : 2018-06-18 18:42:35 수정 : 2018-06-19 00: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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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조 최약체 분류… 자존심 상처 / 이란, 젖먹던 힘까지 짜내 1승 / 亞 16경기 무승 행진에 마침표 / 2002년 ‘악바리 정신’ 또 한번
“우리 팀은 아시아에서도 하위권이에요. 도대체 문제가 뭘까요?”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 스타디움에서 만난 사우디아라비아 일간지 알-비라드의 한 기자는 이렇게 하소연합니다. 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전에서 개최국 러시아에 0-5 대패를 당한 것을 두고 한 말이죠. 사우디아라비아는 월드컵 조별 예선부터 성적 부진을 이유로 세 차례나 감독을 갈아치웠습니다. 이처럼 불안정한 팀 상황 탓이 아닐까 싶지만, 아시아팀이 월드컵의 ‘들러리’로 전락한 지 오래라 한국 입장에서도 뾰족한 답을 내놓기가 곤란하더군요.

이번 대회에서도 아시아 5개 팀은 각 조 최약체로 분류되는 실정입니다. 축구 저변이 좁은 것은 물론이고 유수의 프로축구 ‘빅 클럽’도 전무한 아시아에선 당연한 수순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18일 신태용호는 조별리그 F조 1차전 상대인 스웨덴에게 0-1로 패해 16강 전망이 매우 어둡습니다. 신 감독 스스로도 “올인(All-in) 했다”고 밝힌 경기서 승점을 따내지 못해 축구팬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대륙 간 자존심을 건 전쟁터에서 아시아가 살아남을 길은 정녕 없는 걸까요.

아직 대회 초반이지만 쟁쟁한 골리앗들을 상대로 ‘다윗의 반란’이 연일 이어지는 걸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특히 지난 15일 아시아의 ‘맹주’ 이란은 B조 1차전에서 모로코에 1-0 승리를 거두며 16경기째 이어 온 아시아팀의 ‘월드컵 무승 수난사’에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슈퍼맨(절대 강자)은 만화에만 존재한다”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냅니다.

현장에서 지켜본 경기 양상은 한결같습니다. 강팀의 공세를 막아내다 극적인 ‘한 방’을 노리는 것이죠. 상대 선수의 발과 팔꿈치가 위협적으로 날아드는데도 꿋꿋이 골문을 사수하는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합니다. 또한 체력이 진즉에 바닥났을 텐데도 젖 먹던 힘까지 짜내 상대 공격수를 마크합니다. 부족한 실력을 ‘투지’로 채우는 셈입니다. 이란의 간판 공격수인 사르다르 아즈문(사진)은 공수를 오가며 그라운드를 수 십 차례 왕복한 탓에 다리가 후들거리더군요. 하지만, 그들의 ‘생존법’은 되새겨야 합니다. 아시아팀이 월드컵에서 실력으로 상대를 압도한 적은 없습니다. 2002년에도 한국이 선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 기량이 아닌 끈덕지게 물고 늘어지는 악바리 정신이 근간이었죠. 일례로 김태영 수원 코치는 당시 코뼈가 부러진 상태에서도 경기를 뛰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약팀들의 축구에 대해 ‘안티 사커’라는 비난을 퍼붓습니다. 수비 일변도의 전술과 경기 흐름을 끊는 잦은 파울이 재미를 반감시킨다는 겁니다. 그래도 수세에 몰린 팀들이 짜릿한 카운터를 날릴 때는 모두가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아시아팀들이 우리만의 ‘투혼 축구’로 16강 대진표를 물들였으면 합니다.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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