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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케네디 리더십, 트럼프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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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9 00:19:08 수정 : 2018-06-19 00: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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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美 대통령이 흔든 주한미군 /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충격이다 / 국가안보에 미칠 파장 성찰하고 / 국가·국민 불안 덜 대책 강구해야 1962년 소련 지도자 니키타 흐루쇼프가 희대의 도박을 벌였다. 핵미사일의 쿠바 배치 시도였다. 냉전시대 핵전쟁 위험을 높인 ‘쿠바 미사일 위기’다. 흐루쇼프는 왜 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를 그토록 얕잡아 봤을까. 그 경위를 알려면 1961년 6월 3∼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케네디는 회담 당시 44세의 매력남이었다. 흐루쇼프는 남성의 매력 따위는 알 바 없는 67세의 승부사였다. 맞상대가 될 리 없었다. 흐루쇼프의 케네디 평가는 이랬다. “너무 똑똑하고 너무 나약하다.” 애 취급을 한 것이다. 회담은 일방적이었다. 케네디 행정부의 책임자들은 암담했을 것이다. 당시 국무장관 딘 러스크는 그해 여름 백악관 회의에서 케네디가 자리를 비우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사 여러분, 여러분이 알아서 잘 대처해야 합니다. 이 나라엔 리더십이 없습니다.”

이승현 논설고문
북·미 정상이 만난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 정부 안팎에서 암담한 기색의 발언이 쏟아지고 있다. 러스크 발언과 결은 달라도 일맥상통한다. 회담에 앞서 북한과의 뉴욕 채널을 맡았던 미 국무부의 전 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셉 윤은 CNN 기자가 “회담 성과가 뭐냐”고 묻자 “낫싱(Nothing)”이라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같은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존 케네디의 촌평 또한 압권이다. “상어에게 손으로 먹이를 주려는 것과 같다.”

물론 평가절하가 능사는 아니다. 두 정상의 만남 자체가 성과라는 시각도 일리는 있다. 청와대는 백만원군을 얻은 표정이다. “역사적인 북·미 회담 성공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는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았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엔 “전 세계인으로 하여금 전쟁과 핵 위협, 장거리미사일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게 했다. 이런 것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가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북핵 위험이 진정 사라졌나. 의문의 소지가 너무 많다. 그래서 미국 조야에서 트럼프 리더십에 대한 비판론이 불거지는 것이다. 트럼프의 동맹관도 문제시된다. 57년 전 케네디는 경험 부족에 약물 중독까지 있었다. 트럼프는 달랐다. 국력, 경륜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런데도 선물 보따리만 잔뜩 풀고 ‘회담 성공’을 강변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처신을 하고 있다. 이런데도 북핵의 일차적 위협 대상인 대한민국이 감개무량해야 하나.

가장 뼈아픈 것은 주한미군을 흔든 대목이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는 지금 논의 대상은 아니다”면서도 “우리 병사들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했다. 주한미군은 6·25전쟁 참화를 겪은 한국의 소중한 안보자산이고, 한·미 군사동맹을 상징하는 근간이다. 미국 대통령이 그것을 겨냥했다. 앞서 4월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철수론을 개진했고, 미군을 적대시하는 국내 좌익도 엄존하지만 이번에는 차원이 다르다.

싱가포르 회담에서 혼이 난 것은 북한과 북핵이 아니라 어이없게도 한국과 한·미동맹이다. 트럼프가 공언한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은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부터 가시화할 조짐이다. 박수나 보낼 계제가 아니다. 트럼프 리더십에 대한 통찰과 국가안보 파장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트럼프가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염두에 뒀는지, 그 이상을 의도하는지 정밀 파악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것이 급선무다. 미 공화당 원로인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훈련 중단에 대해 “실수”라고 질타했다. 우리 정부가 순순히 응하는 것도 실수가 아닌지 살필 일이다.

1960년대 미·소 드라마엔 반전이 있다. 케네디 리더십의 회복과 결연한 대처, ‘쿠바 위기’ 해소라는 반전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과 트럼프 리더십은 어떤가. 반전을 자신할 수 있나. 안보를 잃으면 경제고 복지고 뭐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눈치 빠른 해외자금부터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십상이다. 정부는 동맹 약화 혹은 와해 후에 ‘한반도 위기’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나. 안보 불안을 어찌 덜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역사적 책무다. 이를 게을리하면 트럼프 리더십이 아니라 문재인 리더십이 도마에 오를지도 모른다.

이승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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