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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모를 '은행권 채용 비리'… 딸 면접 직접 보고, 보훈대상자 둔갑도

입력 : 2018-06-17 18:48:25 수정 : 2018-06-17 23:3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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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6개 은행 수사… 38명 기소 / 김정태·윤종규 회장은 처벌 피해
부산은행은 2015년 국회의원 출신의 조모(59) 경남발전연구원장한테서 “내 딸을 채용해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조씨가 1조4000억원 상당의 경남도 금고를 유치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계 인사라서 모른 체할 수 없었다. 은행은 모든 전형에서 점수를 조작, 조씨 딸을 합격시켰다. 하지만 조씨와 부산은행 임직원 4명 등 연루자 모두가 3년 만에 업무방해 및 업무방해교사 혐의로 법정에 서는 신세가 됐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부장 김우현 검사장)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우리·KEB하나·KB국민·부산·대구·광주은행 6곳의 채용비리를 수사해 12명을 구속기소하고 26명은 불구속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 4명은 불구속기소됐다. 김정태 KEB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를 피했다.

광주은행의 2015년 신입 행원 채용 면접장에서는 인사 및 채용 부문 총괄 임원과 그의 딸이 지원자와 평가자로 마주 앉는 상황이 연출됐다. 임원의 딸은 자기소개서에 아버지가 은행에 근무 중이란 사실을 적었다. 이에 인사 담당자는 자기소개서 점수로 만점을 주는 등 서류 전형에 고득점을 줬다. 해당 임원도 자기 딸에게 면접 최고 점수를 줬고 딸은 최종 합격했다.

대구은행은 2016년 은행장이 주요 거래처 자녀를 채용하라고 지시하자 해당 대상자에게 가짜 보훈번호를 부여해 보훈 특채로 합격시켰다. KEB하나은행은 채용 공고엔 없던 해외 대학 출신이란 전형을 만들어 불합격 대상자 2명을 뽑았다.

윗사람에게 잘 보이려고 채용 청탁이 없는데도 알아서 합격시키려다가 동명이인으로 밝혀지자 다시 불합격 조치한 황당한 사례도 있다. 국민은행 채용팀장 A(47)씨는 부행장 자녀와 이름, 생년월일이 같은 한 여성 지원자의 논술시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켰다. 알고 보니 부행장 자녀는 아들이었고 더군다나 군복무중이었다. A씨는 뒤늦게 이를 알고 면접 단계에서 여성을 떨어뜨린 것으로 밝혀졌다.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남녀를 차별해 채용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은행 법인이 재판에 넘겨졌다. KEB하나은행은 남녀 채용 비율을 4대1로 정한 뒤 성별에 따라 별도 커트라인을 적용했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가장 우려했던 회장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하는 분위기다. 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주요 은행 중 이례적으로 행장이 불구속기소되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결정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박진영·김라윤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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