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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경찰 수사 연평균 4만6000건 결론 뒤집혀" vs 경찰 "통계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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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7 11:30:00 수정 : 2018-06-17 14:2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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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지망생 A(여)씨는 연예기획사 대표 B씨한테 성폭행을 당했다며 B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오디션을 보러 갔다가 B씨의 강요에 못 이겨 억지로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B씨의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던 점, A씨도 조연 출연을 원해 성관계에 동의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등을 들어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조연 출연을 얻어내기 위한 A씨의 이른바 ‘성상납’이 사안의 본질이라고 본 것이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판단은 달랐다. 검찰은 B씨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며 조연 출연을 빌미로 A씨의 자유 의사를 제압한 것으로 봐 B씨를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이렇듯 피해자의 진의란 수사기관에서도 각각 다른 판단이 가능할 수 있고 그 진의에 따라 사건이 무혐의에서 구속까지 변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1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문무일 검찰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을 불러 검경 수사권 조정의 신속한 추진을 당부하는 자리에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문제의식은 왜 국민이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경에서 두 번 조사를 받느냐, 추가 조사를 받을 게 있다면 어쩔 수 없지만 똑같은 조사를 검찰에서 되풀이한다”며 “이는 국민 인권 침해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건 당사자들이 경찰 단계에서 한 차례, 송치 후 검찰 단계에서 또 한 차례 이렇게 두 번 조사를 받는 것은 중복이요 낭비로서 당사자에게 큰 부담이란 것이다.

검찰 안팎에선 문 대통령 지적에 일리가 있지만 위에 소개한 사례처럼 검찰에 의한 2차 수사 과정에서 결론이 뒤바뀔 가능성이 있음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다. 검찰에 따르면 해마다 평균 4만6000건 정도가 경찰의 수사 결론이 검찰에서 뒤집히고 있다. 지난해 경찰이 직접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를 진행한 사건 중 17만여건은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경에 의한 조사 중복은 대통령 말씀처럼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수사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꼭 ‘낭비’나 ‘인권 침해’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논의 중인 수사권 조정안이 검찰 송치 전 경찰 수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데 초점에 맞춰진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우려하는 표정이다. 비교적 경미한 불구속 사건은 몰라도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의 경우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 검찰에 의한 수사지휘가 일정 부분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장 신청권자를 검찰로 한정한 헌법에 따라 경찰은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모든 압수수색·체포·구속영장을 먼저 검찰에 신청해야 한다. 검찰이 볼 때 문제가 있으면 영장 반려와 함께 보완수사를 지시하고, 문제가 없으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는 형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영장 신청 등 강제수사가 필요한 사안의 경우 경찰이 먼저 검찰에 사건 내용을 어느 정도 설명하고 강제수사 절차를 협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게 옳다”며 “수사 자율권이란 이름 아래 사전 협의도 없이 덜컥 영장을 검찰에 신청하고 행여 검찰이 반려하기라도 하면 무턱대고 ‘수사를 방해한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해마다 평균 4만6000건 정도가 경찰의 수사 결론이 검찰에서 뒤집히고 있다”는 검찰 주장은 ‘통계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에 따르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전체의 1.66%)나 ‘죄 안됨’(0.03%), ‘각하’(0.01%) 처분으로 변경된 인원은 도합 1.7%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사안을 두고도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어 처분 결과가 변경되었다고 무조건 ‘경찰 잘못’으로 원인을 돌리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검찰 처분과의 불일치를 기준으로 오류 여부를 단정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 경찰이 내린 그릇된 결론을 시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검찰의 우려에 대해 경찰은 ‘근거 없는 억측일 뿐’이란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으나 검찰이 불기소한 약 1.7%의 사건은 설령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더라도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의한 시정이 충분히 가능한 영역”이라며 “경찰의 ‘불기소’ 의견이 검찰에서 ‘기소’ 의견으로 바뀌는 전체 사건의 약 0.21% 정도만이 경찰의 수사 종결권 행사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영역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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