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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 몰락은 ‘반성 없는’ 야당에 대한 유권자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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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01:14:51 수정 : 2018-06-14 11:4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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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국회의원 재보선 與 완승 / 서울시 구청장도 野 완패당해 / 한국당, 지도부 사퇴하고 개혁해야 / 與는 낮은 자세로 협치 나서길

일찍이 이런 선거는 없었다. 어제 실시된 제7회 지방선거는 반성 없는 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어제 밤 12시 현재 개표 결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겨우 두 곳에서만 당선이 확실시됐다. 서울시 구청장 25석 중에서도 서초구 한 곳에서만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 부유층이 밀집된 강남, 송파구에서도 민주당에 뒤졌다. 1위 여당 후보와의 표차가 두 배가 넘는 곳이 수두룩할 정도로 유권자로부터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 17개 시·도 교육감 선거에서도 보수 후보는 전멸하다시피 했다. 12개 지역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역시 한국당은 명맥도 유지하지 못했다. 보수의 몰락이자 괴멸이었다.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자업자득이다. 한국당은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 이후 줄곧 집안싸움이나 벌이면서 국민에게 아무런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책적 대안도 없이 여당의 잘못을 손가락질하기만 바빴다. 당내에 신진인사를 수혈하기는커녕 시·도지사 후보조차 흘러간 인물들을 줄줄이 기용했다. 특히 당의 수장인 홍준표 대표의 언행은 리스크 그 자체였다. 그의 막말과 돌출 행동은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원성을 낳았다. 오죽했으면 자기 당 후보조차 선거에 도움이 안 되니 유세장에 오지 말라고 했겠는가.

홍 대표는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THE BUCK STOPS HERE’라는 영문 글귀를 올렸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는 뜻이다. 홍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의 조속한 사퇴는 당연하다. 한국당은 패전의 잿더미에서 어떻게 당을 재건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죄인의 심정으로 전면적인 개혁에 나서야 한다. 새로운 인물의 영입과 대대적인 쇄신운동은 불문가지다.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은 보수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선전하며 교두보를 확보했다. ‘여당의 무덤’으로 불리던 지방선거에서 사상 최대의 승전고를 울린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승리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여당이 잘해서라기보다는 야당의 무능과 구태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수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 분열됐고, 때맞춰 북·미 정상회담의 ‘안보 훈풍’까지 불었다.

이번 승리로 당·정·청의 국정운영과 개혁 드라이브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선거 결과에 절대 자만해선 안 된다. 아직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높지만 추락은 한순간이다. 일방통행을 중단하고 야당과 협치에 나서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겠다는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초심이 아니었던가.

어제 지방선거의 잠정 투표율은 60.2%로 23년 만에 가장 높았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열망을 보여준다. 여야 모두 민심의 회초리로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선거의 참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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