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강릉공군비행장 인근 해안도로에는 북한 잠수함이 전시돼 있다. 1996년 침투했다가 좌초한 것이다. 당시 강릉 일대는 1개월여 통행이 금지되는 등 비상이 걸렸다. 군인과 민간인 15명이 사망했다. 한동안 지역 경기가 실종돼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북한이 남겨놓은 상흔이 지상에만 있지 않다.
비무장지대 밑으로 팠던 남침용 땅굴이 여러 개이다. 철원 동북지역과 판문점 인근, 강원도 양구 북동쪽에서 발견된 땅굴은 비무장지대를 통과해 남한까지 뚫렸다. 경기도 연천군 군사분계선 부근에서 발견된 땅굴은 비무장지대 내에 있어서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땅굴 발견 당시 북한군의 사격을 받고 북한이 매설해 놓은 폭발물 이 터져 국군과 미군 5명이 사망했다. 소련제 다이너마이트와 북한제 전화기 등이 발견됐지만 북한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평화통일 원칙을 담은 7·4남북공동성명이 선언된 해인 1972년을 전후해 땅굴을 파기 시작했다고 한다. 앞에서는 손을 내밀면서 뒤에서는 공격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연평도에는 북한군의 포격을 받아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깨진 민가들이 보존돼 있다. 2010년 11월 23일 당한 일이다. 해병대원과 주민 4명이 사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평도 주민 등 언제 북한군의 포격이 날아오지 않을까 불안해하던 분들도 오늘 만남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그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새로운 관계 수립을 약속했다. 남한 곳곳이 북한 공격의 상처투성이다. 수십년간 반복됐던 북한의 도발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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