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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투키디데스 함정’ 앞에 놓인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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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4 01:13:43 수정 : 2018-06-14 01: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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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세계 곳곳서 난타전… ‘비핵화’ 싸고도 충돌 우려 미국과 중국이 세계 곳곳에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G2(주요 2개국) 간 갈등은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긴장 수위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고조되고 있다. 무역전쟁으로 표면화한 갈등이 군사적 긴장으로 전이되는 상황이다. 특히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고리로 상대방을 겨냥한 무력시위가 갈수록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종종 미·중 갈등과 충돌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표현한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이 현 지배세력의 자리를 위협해 올 때 발생하는 불가피한 혼란 상황을 설명할 때 자주 쓰인다. 작금의 복잡한 국제정치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투키디데스의 함정만큼이나 적절한 표현도 없는 듯하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고대 아테네 역사학자인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 세계의 몰락을 가져온 펠로폰네소스전쟁의 원인을 “아테네의 부상과 그에 따라 스파르타에 스며든 두려움 때문”이라고 정의했다. 새롭게 부상한 세력은 강력해진 힘만큼이나 더욱 많은 권리를 원하고, 기존 세력이 볼 때는 터무니없는 요구로 생각되기에 갈등에 따른 무력 충돌은 필연적이다.

중국의 부상은 국제사회 힘의 균형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중국은 초강대국 미국의 정치적, 군사적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0월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를 통해 중국몽(中國夢)과 중화민족 부흥을 ‘집권 2기’ 국정운영 방침으로 천명했다. 강해진 국력만큼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신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가치와 이익에 반하고 기존 세계질서를 위협하는 ‘수정주의 국가’로 규정했다. 군사·안보·경제 등 각 분야에서 중국을 강력 견제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NSS 보고서 이후 미국이 무역전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인도·태평양 전략을 기반으로 대만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미국의 중국관 변화와 관계가 있다.

하버드대학 국제정치학자인 그레이엄 앨리슨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을 다룬 자신의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신흥국가의 부상이 지배국가의 입지를 무너뜨린 열여섯 건의 사례를 찾아냈다. 이 가운데 열두 건이 전쟁으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을 대체할 정도로 위협적일 경우 그에 따른 구조적 압박이 무력 충돌로 이어지는 현상은 예외적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법칙에 가깝다”고 했다. 미·중이 그만큼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다. G2 간 충돌은 분야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상상하기 어려웠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체제 보장’을 약속했다. 북한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한반도 주도권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표면화할 수 있다. 한반도가 미·중 패권 다툼의 대리 전장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레이엄 앨리슨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하려면 “생각하기 힘든 것을 기꺼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하며, 상상하기 힘든 것을 기꺼이 상상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이우승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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