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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지방선거가 여야에 던진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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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2 22:10:09 수정 : 2018-06-12 22: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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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시대역행·패배주의 만연/재창당 수준의 쇄신 없인 자멸/與도 공천·팟캐스트 인사들 ‘잡음’/도덕성·정치적 논란 땐 민심이반 6·13 지방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한’ 선거였다. 승부가 초반에 이미 결정돼 맥빠진 탓이다. 여당에 ‘기울어진 운동장’ 판세는 요지부동이었다. 게다가 남북 대화에 이은 북·미 대화가 정책과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가 여야에 남긴 과제는 적지 않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만연한 패배주의 극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한국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쓴맛을 봐야 하는 처지다. 특히 한국당은 이번 선거에서 정부·여당을 견제할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여권이 못하면 국민은 야당을 대안세력으로 찾기 마련인데 보수원류인 한국당이 국민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것이다.

남상훈 정치부장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이명박, 박근혜로 대표되는 유력 대선주자가 있었으나 지금 한국당엔 구심점이 되는 리더가 없다. 지도력 한계가 있는 홍준표 대표를 어쩔 수 없이 뽑았을 때부터 ‘지방선거야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패배감이 당내에 이미 팽배했다.

안보에 기댄 선거 전략은 고질적 병폐다. 선거 때마다 ‘안보 장사’ 유혹에 빠지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았다. 그래도 한국당은 좀처럼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홍 대표는 지난해 10월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알리기 위해 미국을 방문했다. 그때 미국 보수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그 이후 한국당은 한반도 위기설을 신봉했다. 홍 대표와 방미했던 한 인사는 당시 “내년 6월 지방선거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며 “아마도 내년 4월에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도래해 문재인정부가 사면초가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북·미 상황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한반도 상황이 급변했음에도 한국당의 인식은 변함이 없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를 통해 남북 대화의 문을 활짝 연 이후 남북은 물론 북·미 대화까지 본궤도에 올랐다. 냉전 논리에 사로잡힌 한국당은 이마저 부정하려 했다. 홍 대표는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해 “남북 평화쇼로 선거 치를 생각”이라고 비판했고 한국당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반대했어야 했다”고 황당한 주장까지 폈다. 한국당이 ‘반평화 세력’ 틀에 갇힐 수 있는 자충수를 둔 셈이다. ‘안보 팔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은 한국당은 북·미 대화에 신중한 태도로 돌아섰다. ‘사후약방문’이었다.

안보 공세에 치우치다 보니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 최악의 청년 실업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허점을 공격하지도 못했다. 국민 관심사인 ‘먹고사는’ 문제를 따지는 것이 득점 포인트인데 득점 가능성이 거의 없는 분야에 헛심을 쓴 것이다.

한국당 위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탄핵 당한 후에도 처절한 반성과 혁신 없이 보수색채만 강화한 탓이다. 재창당 수준의 인적·정책적 쇄신 등 보수혁신을 하지 않으면 앞날은 불보듯 뻔하다.

민주당도 남의 일처럼 넘길 상황은 아니다. ‘함량 미달’ 평가를 받는 일부 호남 기초단체장과 의원 후보들이 공천에서 걸러지지 않고 당선될 경우 이들의 돌출행보가 우려된다. 이들이 정치적·도덕적 논란에 휩싸이면 선거 이후 바닥 민심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한 의원은 “‘공천=당선’ 등식이 성립되는 호남에서 당선된 인사가 자질 문제 등을 일으키면 당과 정부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남에서 무소속과 민주평화당이 선전해 잘못된 공천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갈등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여당 성향 팟캐스트 인사들의 부적절한 행태도 골칫거리다. 여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이들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정치적 이슈에 부적절하게 개입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중 한 명은 여당 인사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운동’을 음모론으로 몰았고 다른 이는 ‘김부선 스캔들’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선 이들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이가 많다. 난제를 안은 여야의 힘겨운 ‘여름나기’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남상훈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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