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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홍식의세계속으로] 축구의 개성과 협력의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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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11 22:30:48 수정 : 2019-03-26 16: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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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는 11명… 조직·개인기만으로 부족 / 개방·교류 통한 부단한 변화가 승패 갈라

지구촌의 축제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서서히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군사나 경제와 마찬가지로 축구의 세계에도 강대국과 약소국이 있다.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 강대국은 우승을 노리며 마지막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예선을 통과한 아시아, 아프리카 등의 중진국(?)은 한 판의 승리라도 거두기 위해 땀을 흘리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경제가 발전하고 인구가 많을수록, 그리고 축구에 관심도가 높을수록 축구 강대국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제 발전이나 인구 규모에서 세계 최강으로 G2(주요 2개국)를 형성하는 미국이나 중국은 이번 러시아 월드컵의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다. 축구에 대한 사회의 관심도가 중요한 이유다. 이것은 축구를 즐기는 인구, 선수의 비중, 관람객 규모 등으로 측정한다. 예를 들어 전체 인구에서 축구를 하는 사람의 비중이 유럽이나 중남미에서는 7%에 달하는데, 미국이나 중국은 2%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축구의 강대국이 되려면 양적 조건만으로는 부족하다. 중국과 아이슬란드의 인구 격차는 수천 배다. 그래도 중국은 느슨한 아시아 예선에서도 떨어졌고, 아이슬란드는 치열한 유럽 예선도 통과했다. 아무리 인구가 많아도 축구장에서 뛰는 선수는 열한 명이다. 인해전술이 통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런 것이 축구의 묘미가 아닌가. 아이슬란드 인구는 33만명, 프로축구 선수는 100명에 불과하지만 600여명의 코치가 전국에 파견돼 축구를 교육하고 생활화하는 나라다.

 

또 축구 강국의 조건은 창의적이고 개성 있는 선수층이다. 경제에서 노예의 생산력은 자발적 노동자를 따라올 수 없다. 축구에서도 노예 같은 훈련이나 플레이로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과거 동독 팀은 혹독한 훈련에도 불구하고 훨씬 자유롭고 창의적인 서독 팀의 실력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덧붙여 축구는 협력의 게임이다. 개인기가 출중한 선수들을 모은다고 훌륭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남미 선수들이 각자 뛰어난 개인기를 자랑하지만 유럽의 조직력과 전술 게임에 자주 밀렸던 이유다. 결국 권위적 문화의 일사불란함이나 개인기의 혼란스러운 조합보다는 개성과 협력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축구는 개방과 교류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성공한다. 서유럽의 축구가 강한 이유는 역내에서 선수, 감독, 코치의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토털사커(전원 공격 전원 수비), 티키타카(짧은 패스 축구), 게겐프레싱(전방위 압박) 등 선진 전술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주변으로 전파돼 실력을 높였다. 반면 대표 선수가 주로 국내 리그에서 뛰는 멕시코는 많은 선수를 유럽에 수출하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비교했을 때 국제대회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축구 종가 영국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은 오랜 기간 자존심을 내세워 독자적인 스타일만 고집하다가 뒤처지자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과 축구 교류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러한 다양한 객관적 연구가 실력 차를 설명하고 분석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희망을 품고 축구에 열광한다. 왜냐하면 예측할 수 없는 아주 작은 요인이 무척 중요한 경기의 결과를 결정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날씨나 구장의 잔디, 선수의 심리와 심판의 실수 등 예측불허의 작은 차이가 승패를 나눈다. 우리의 삶처럼 말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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