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핵포기부터 수교까지…'北·美 줄다리기' 3년 이상 걸릴 수도

입력 : 2018-06-06 19:25:02 수정 : 2018-06-11 13:30:4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리비아 사례로 본 北체제 보장 절차 / 美, 北 비핵화 단계에 따라 조치 나설 듯 / 리비아 핵물질 등 美로 꾸준히 옮겨와 / 핵 폐기→ 보상→ 대사관 승격 2년 걸려 / 최종완료 기한 설정, 단계별 생략·압축 / 종전선언·불가침 조약 추가 조정 예상 / 전문가 “北, 카다피 정권 붕괴로 꺼리지만 / 리비아, 민주혁명으로 몰락…관계 없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1일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사진) "조미(북미)관계와 조선반도 비핵화를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세 하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각자의 이해에 충만되는 해법을 찾아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며 효율적이고 건설적인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 해결이 진척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6·12 북·미 정상회담 의제의 한 축인 북한 체제보장 역시 현실적으로 일정한 단계를 거치는 것이 불가피하다.

북한이 취해야 할 비핵화 조치와 미국이 취해야 할 체제보장 조치가 이번 북·미 담판의 뼈대라면, 비핵화 단계에 따라 체제보장을 어떤 과정으로 중첩시키는지는 북·미 담판의 디테일이라고 할 수 있다.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에서 미국이 체제를 보장했던 과정이 참고될 것으로 보인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미국·영국과의 비밀접촉 끝에 2003년 12월 자발적으로 핵포기를 선언했다. 여기까지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경제건설 집중을 선포한 것, 나아가 비핵화 담판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한 것에 비견된다.

핵포기 선언 이듬해인 2004년 2월에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정식 외교관계를 수립하기 전 단계인 미국 국무부 이익대표부를 세웠다. 이익대표부가 들어서자 서구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졌다.

기업들은 개혁·개방 구호 하에 사회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던 카다피에게 대규모의 지원과 투자를 약속했다. 이익대표부 개설 직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이 시작됐다. 6월엔 이익대표부가 연락사무소로 격상됐다. 9월, 미국의 제재가 해제됐다.

유엔 산하 핵감시 기구인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아마노 유키야 사무총장이 4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IAEA 이사회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아마노 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수주 안에 북한에서 핵사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AP연합뉴스
일련의 과정에서 리비아 핵 물질·시설·능력이 미국의 테네시주 오크리지 연구소로 꾸준히 옮겨졌고, 2005년 10월 미국은 리비아 핵 폐기 완료를 발표했다.

2006년 5월, 트리폴리의 연락사무소가 대사관으로 승격됨으로써 양국 간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한 달 후 미국은 25년 만에 리비아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했고, 2006년 국교 회복으로 마지막 보상조치를 취했다. 핵폐기와 그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수교 절차까지 2년여 시간이 걸린 셈이다.

북·미 협상에선 ‘핵포기 선언→이익대표부→핵사찰→연락사무소 격상→제재 해제→핵폐기 완료→대사관 승격’에 이르는 리비아 모델을 토대로 최종 완료 기한 설정, 단계별 생략 또는 압축, 종전선언과 불가침조약을 추가하는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판문점으로 향하는 美 협상단 차량 성 김 필리핀 주재 미국대사가 이끄는 미국 북·미 협상단 차량이 6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통일대교 남단을 통과해 판문점으로 향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이 한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고 언급한 것을 보면, 종전선언 이후 불가침협정 체결, 북·미 수교로 가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리비아 카다피 정권이 결과적으로 붕괴됐다는 점을 이유로 리비아 모델 언급을 극도로 경계하지만 카다피 정권 붕괴와 비핵화 협상은 무관하다는 게 중론이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카다피 정권은 비핵화 및 리비아와 미국의 국교 정상화 5년 후 민주화 혁명에 의해 붕괴됐기 때문에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는 2003∼2004년 리비아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핵 관련 지식이 깊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달리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리비아 비핵화 조치를 할 당시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차관을 지내면서 체제보장 과정을 직접 지켜보기도 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
  • 이다희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