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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남·북·미 회담하면 文이 ‘트럼프쇼’ 가로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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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4 07:15:53 수정 : 2018-06-04 07: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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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6·25전쟁 종전선언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혀 남·북·미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종전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종전선언 전망을 묻는 말에 “우리는 그것에 관해 얘기를 나눴고, 그럴 수 있다”고 말해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을 가진 뒤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전쟁의 종전선언은 역사적으로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김정은-트럼프 회담에 이어 문 대통령이 합류하는 남·북·미 3국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핵 문제가 아니나 종전선언이 크게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측에서는 특히 문 대통령이 합류하면 트럼프 대통령보다 문 대통령이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의 언론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3일(현지시간)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참여하면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를 가로챌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고민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 논의가 이뤄지면 의심의 여지 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선동하던 인물에서 평화 수호자가 돼 한반도 이슈의 전반에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타로 오바 전 국무부 관리는 이 매체에 “한국 정부가 오랫동안 남·북·미 3국 회담을 선호해왔다”면서 “미국 측은 그러나 그런 회담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3국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을지 회의적이지만 문 대통령이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견지해왔고, 중재 역량을 발휘해왔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허세를 부리기 좋아하고, 대통령의 지위에 따르는 환경을 즐기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싱가포르 회담이 굴러가도록 문 대통령이 세 번째 바퀴 역할을 하는 것을 흔쾌히 받아들이지 않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오바 전 관리는 “우리가 트럼프 정부의 모든 것을 지켜본 바에 따르면 그들은 이 과정에서 한국이 주목을 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 중앙을 차지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뜻하지 않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를 냉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등장하면 지도자들 간 균열 문제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북한 문제 대응 과정에서 한·미 공조 체제 유지 문제는 늘 정치적 논의의 중심을 차지해왔다. 북한은 줄곧 한·미 간 틈새를 벌려놓는 전략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태도를 보여왔다.

◆신중한 청와대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선언 언급에 “북·미 협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2일 김영철 부위원장의 백악관 방문 후 “싱가포르에서 열릴 세기적 만남을 설레는 마음으로, 그러나 차분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 이은 6·13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한층 커진 상태이지만 아직 미국 측에서 오케이(OK)사인이 나온 건 아니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일 “문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이 결론 났다고 보기는 이르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의 의사를 좀 더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북한 및 관련국들과 긴밀한 협의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며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성사 여부는 먼저 미국과 북한의 논의 상황을 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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