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함 위협이 강해지면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방법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늘에서 잠수함을 탐지하는 방식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다. 육지에서 이륙한 해상초계기가 하늘을 날며 잠수함이 수면 위로 내놓은 잠망경이나 스노클을 탐지, 공격하는 방식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부터 사용됐다.
한국 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가 시운전을 위해 지상에서 이륙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제공 |
우리 해군 역시 영국, 이탈리아 합작사인 레오나르도의 AW-159 와일드캣 해상작전헬기 8대와 슈퍼 링스 헬기 20여대를 운용중이다. 방위사업청은 AW-159 8대 이외에 추가로 12대의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키로 했다. 하지만 예산이 충분치 않아 사업이 순조롭게 추진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메리칸 스탠다드(American Standard)라 불릴 정도로 미국제 무기 일색이었던 우리 군에서 해상작전헬기는 예외적으로 유럽제가 지속적으로 쓰여왔다.
우리 군에 해상작전헬기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시기는 19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군은 미국 해군이 2차 세계대전에서 사용한 뒤 우리측에 제공한 기어링급 구축함 7척을 운용하고 있었다. 미국은 기어링급을 인도하면서 함정 후방의 함포를 제거하는 대신 해상작전헬기 1대를 탑재할 수 있는 공간과 이착륙 장소를 만들었다. 해상과 하늘에서 입체적인 해상작전을 펼칠 필요성을 느끼던 해군은 프랑스 에어로스파시알(현 에어버스 헬리콥터)에서 제작한 SA-319B 알루엣 Ⅲ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했다.
SA-319B 알루엣 Ⅲ 헬기는 90여개 국가에서 2000여대가 판매된 베스트셀러 항공기다. 조종사 포함 6명이 탑승하며 응급헬기로 사용될 경우 들것 2개와 의료인력 2명을 태울 수 있다. 175kg을 끌어올릴 수 있어 구조헬기로도 많이 쓰였다. 군용으로는 기관총과 로켓탄을 장착하며, 해상작전헬기 버전은 자기탐지기(MAD)와 어뢰, AS-12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한다.
우리 해군에서 SA-319B 알루엣 Ⅲ 해상작전헬기는 실전에 투입된 바 있다. 1983년 8월 울릉도 인근 해상에서 북한 간첩선을 발견, AS-12 미사일로 격침시켰다. 당시 SA-319B 알루엣 Ⅲ 해상작전헬기를 탑재했던 기어링급 구축함 강원함이 추격에 나섰으나 간첩선의 속도가 빨라 뒤처지자 탑재했던 헬기를 출격시켜 격침에 성공했다.
한국 해군 AW-159 해상작전헬기가 209급 잠수함과 함께 해상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
미국 록히드마틴 MH-60R 시호크를 제치고 도입된 AW-159는 국산 어뢰 청상어와 소형 표적 공격용 12.7㎜ 기관총을 장착했다. 광학 및 적외선 유도 방식의 스파이크 공대함미사일을 탑재해 적 함정을 정밀 타격할 수 있다. 슈퍼 링스 헬기의 디핑 소나(Dipping Sonar:가변심도음파탐지기)보다 성능이 우수한 저주파 디핑 소나와 소노부이(Sonobuoy: 부표형 음파탐지기)를 갖춰 적 잠수함 탐지 능력도 뛰어나다.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전자광학열상장비를 장착해 원거리 정밀 감시 능력도 갖췄다.
◆차기 해상작전헬기 도입, 예산 문제로 지연 가능성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23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 주재로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제111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일반경쟁을 통해 협상에 의한 국외구매 확정계약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5월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해상작전헬기 사업 입찰공고를 냈다. 하지만 입찰제안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지적에 따라 이를 회수, 이르면 이달 중순 다시 입찰공고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2020년대 초 신형 해상작전헬기 12대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나 순조롭게 사업이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신형 해상작전헬기 사업에 책정된 사업비는 1조원 안팎으로 헬기 구입 비용과 훈련 정비 등 운영에 필요한 지원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 1조원으로는 복수 기종을 경쟁입찰에 참여시킬 방법이 없어 무경쟁 수의(隨意)계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해군 소속 MH-60R 해상작전헬기. 해상작전헬기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지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다. 미국 해군 제공 |
이같은 가격 차이는 시장 선점 효과에 기인한다. 8대가 먼저 도입된 AW-159는 국내에 군수지원체계와 훈련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어 별도 구축 비용이 들지 않는다. 조종사와 정비사들에게도 익숙한 항공기라 교육에 추가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크지 않다. 하지만 다른 기종들은 국내에 처음 도입되므로 관련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AW-159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방위사업청이 요구하는 가격 조건을 맞추지 못한다면 수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외국 업체들이 무작정 입찰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 국가계약법 시행령 27조에 따르면 참가업체가 한 곳 이하에 불과해 입찰이 유찰된 뒤 재입찰을 했음에도 경쟁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수의계약이 진행되면 절충교역이나 기술이전 혜택이 줄어들어 국내 방산업체가 간접적인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방위사업청은 절충교역 규모를 4억 달러(4500억원)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나 수의계약을 하게 되면 당초 목표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유럽 컨소시엄 NH-인더스트리가 개발한 NH-90 해상작전헬기.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쓰이고 있다. 에어버스 제공 |
변수도 있다. 미국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글로벌은 미국 해군 MH-60R 담당인 크레이크 그럽 장군의 발언을 인용해 “록히드마틴은 18개월 뒤 MH-60R 생산라인을 폐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해군 인도분 생산이 마무리 단계인데다 해외 고객을 찾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생산이 종료될 시점에는 감가상각이 충분히 이뤄졌기 때문에 가격이 이전보다는 다소나마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록히드마틴이 생산라인을 유지하려 할 경우 당초 추정가격보다 낮게 입찰에 참여할 수도 있다. 반면 국내 시장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은 NH-인더스트리는 이번 사업에도 불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해상작전헬기 도입 사업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면, 경쟁 체제 구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일단 입찰공고를 낸 뒤 사업 절차를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상황에 맞춰 대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해상작전헬기 사업 추진 과정과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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