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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한반도 평화시대, 이지스함과 스텔스기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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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2 10:00:00 수정 : 2018-06-02 21: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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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체제 구축 시 대전환기 맞이할 수도…군, 활용계획 선제 제시해야 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미국과 북한이 “로켓맨” “늙다리” 등 말폭탄을 주고받으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른 상황이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도 완화될 조짐이다. 남북은 1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회담을 개최, 군사적 긴장완화와 국방장관 회담 개최문제를 협의할 장성급 군사회담을 14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설치됐던 대북 확성기 시설을 철거하는 등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양측간 군사회담은 이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북한 위협에 초점을 맞추고 수십년간 진행된 군사력 건설 작업의 대대적인 수정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그나마 육군은 미래를 대비, 드론봇(드론+로봇) 전투체계를 구상하고 병력 감축과 조직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군과 공군은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을 설정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방예산을 감축해 복지예산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미래 안보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일방적인 군축 요구에 직면할 우려도 있다.

한국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성능 테스트를 위해 먼 바다로 이동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 대북 해상작전 위주 개념 벗어나야

1990년대부터 적극적인 전력증강 정책을 추진해온 해군은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4400t급)과 세종대왕급 이지스구축함(1만t급)을 비롯한 대형함정을 다수 건조해왔다. 하지만 해상작전 개념은 여전히 대북 군사대비태세에 초점을 맞춰왔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안정되고 종전선언, 평화체제 구축이 실현되면 북한에 초점을 맞춘 군사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해군의 전력 증강은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미사일을 쏘지 않겠다는데 이지스함이 왜 추가로 필요하느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지스구축함은 함대의 방공(防空)능력을 제공하는 함정이지만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한국형 3축 체계에 포함되면서 ‘북한 미사일 탐지용 무기’로 인식된 것이 원인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려면 작전 범위와 전략을 대폭 확대해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대양해군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반도 인근 해역에서는 해양자원 개발을 놓고 중국, 일본 등과의 갈등이 잠재되어 있다. 중국과 일본의 해상 패권경쟁은 민족주의적 성향과 함께 무력충돌 가능성마저 우려케 하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암초에 콘크리트를 부어 인공섬을 만들고 각종 전략무기를 배치하는 중국과 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항행의 자유 작전을 지속하는 미국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 해군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 왕건함이 림팩 훈련 참가를 위해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입항하고 있다.
미국 태평양사령부 제공
세계 곳곳에서 출현하는 해적 퇴치도 필요하다. 2011년 1월 삼호 주얼리호 납치 사건 당시 아덴만 여명작전을 펼쳤던 청해부대처럼 자국민 보호를 위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아프리카 가나 인근 기니만에서 나이지리아 해적에 우리 국민 3명이 피랍됐다가 한 달여만에 석방됐다. 당시 청해부대가 아덴만에서 기니만으로 이동하면서 해적들을 압박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제는 대양해군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다. 먼 바다에서 활동하는 함정을 건조하려면 거액의 예산이 필요하다. 실제로 이지스구축함 1척 건조비는 1조원에 달한다. 해적 퇴치나 해상교통로 및 배타적경제수역(EEZ) 보호 작전은 대북 작전보다 첨단 장비 소요가 적다. 따라서 함정 크기를 늘리고 의료시설 등을 확충해 해상 순찰과 재난 대비 능력을 높이는 대신 재래식 전투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줄인 저렴한 함정을 건조해 대양작전에 투입하고, 기존의 한국형구축함과 호위함들은 한반도 해상경계에 전념토록 하는 등의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공군 F-15K 전투기가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레드 플래그 훈련에 참가해 미국 공군 KC-135 공중급유기로부터 급유를 받고 있다.
공군 제공
◆전력증강 어려운 공군, 시너지 극대화 필요

공군의 경우 해군보다 전력 증강 환경이 더 열악한 실정이다. 공군 전력증강 사업은 수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 사업으로 육군, 해군 사업보다 규모가 훨씬 크다. 공군이 스텔스 전투기 F-35A 40대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예산은 7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지스구축함 7척을 건조하거나 육군 기동군단 2개를 만들 수 있다. 때문에 육군과 해군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한다.

글로벌호크 고고도 무인정찰기와 A-330MRTT 공중급유기 도입 등으로 지출이 급증한 것도 공군의 신규 사업 소요를 줄이는 원인이다. 첨단 장비 도입이 늘어나면 운영유지에 필요한 비용도 상승한다는 점에서 공군의 재정 부담은 더욱 증가한다. 이처럼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2030년대 초부터 도입될 한국형전투기(KF-X) 외에는 뚜렷한 전력 증강 계획이 없다.

북한 위협 감소는 이같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공군이 장기적으로 추진중인 조기경보통제기 추가 도입은 “북한이 미사일 쏘지 않는데 왜 필요하냐”는 반론에 부딪히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할때마다 조기경보통제기가 즉시 포착했다는 군 당국의 발표들이 부메랑이 된 격”이라며 “조기경보통제기의 본래 임무나 목적은 묻혀버리고 ‘한국형 3축 체계’라는 프레임에 갇혔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는 공군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전력을 최대한 활용해 소요 비용을 절감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공을 지키는 공중 작전의 주력을 KF-16 전투기가 전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기존에는 단발 엔진의 특성상 먼 거리 비행이 어려웠지만 공중급유기가 도입되면 KF-16 전투기가 오랜 시간 머물지 못했던 독도, 이어도 상공에서도 충분히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숫자도 130여대에 달하는데다 미국 록히드마틴에서 최신형 임무컴퓨터와 무장체계,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를 장착하는 등 성능개량작업도 진행되고 있어 2020년대 초부터는 첨단 전투기 못지않은 고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도입 이후 대규모 성능개량 없이 사용된 F-15K는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TAURUS) 공대지미사일을 이용한 장거리 정밀타격에 집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육군의 현무-2 탄도미사일이 있지만 공대지미사일이 운용에 융통성이 있는 만큼 전략적 가치는 충분하다.

최신 전자장비를 탑재했지만 1980년대 쓰였던 미국제 A-37 공격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운영개념으로 인해 성능이 제한되는 FA-50 공격기는 대대적인 개량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FA-50 공격기는 지상군 지원 임무를 띠고 있지만, 육군이 드론봇 전투체계를 도입하면 전선에서의 지상군 지원 임무 중 상당수는 드론봇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FA-50 공격기로서는 할 일이 사라지는 셈이다. 사거리가 짧아 내륙 지역 공격이 어려운 한국형유도폭탄(KGGB)과 매버릭 공대지 미사일 외에 독일 타우러스시스템즈가 개발중인 타우러스(TAURUS) 미사일 단축형(사거리 400㎞)을 탑재하면 장거리 공격능력을 향상시켜 전략적 임무 수행도 가능하다.

한국 공군 FA-50 공격기를 비롯한 전투기들이 편대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공군 제공
이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정밀유도무기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투기를 구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정밀유도무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도입에 소요되는 시간도 짧으면서 전투력을 높일 수 있다.

지금 우리 군은 창군 70여년만에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북한 위협이 감소하는 시대가 다가오면서 군 전력을 어떻게 재편해야 할지, 국가안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1990년대 냉전이 끝난 뒤 서유럽에서는 가상 적이 사라진 군부를 향해 “국방비를 줄여 민생에 투입하라”는 시민사회의 요구가 빗발쳤다. 각국 정부는 국방비를 지속적으로 감축했고, 오랜 세월이 지나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발하자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할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서유럽 국가들은 뒤늦게 국방비를 증액했으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급변한 한반도 정세에 맞춰 국가안보를 위한 비전과 군사력 활용계획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1990년대 서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군 당국은 명심해야 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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