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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마약의 검은유혹-상] 산뜻한 사용감에 '우유주사' 다시 찾게 되네요?

입력 : 2018-06-02 13:00:00 수정 : 2018-06-02 13:4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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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종사자들이 마약류로 지정된 약품을 남용하는 사고가 왕왕 발생하고 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의료인은 일반인보다 마약류 의약품에 접근하기 쉽고, 의료기관의 약품관리 체계도 허술해 윤리교육 강화를 통한 자발적인 정화만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프로포폴 투여와 관련된 사망에 대한 법의학적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11년 국과수가 부검한 프로포폴 사망자의 절반 가량이 의료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기간 프로포폴 중독으로 숨진 36명 가운데 의사 4명, 간호사·간호조무사 9명, 병원 직원 2명 등 15명(41.7%)을 의료계 종사자로 집계했다.

국과수는 프로포폴로 숨진 의료기관 관계자들이 주로 마취제를 취급하는 성형외과·피부과·내과·마취과에서 일한 것으로 파악했다.

수면마취제의 일종인 프로포폴은 투약하면 환각 증상을 일으키고, 깨어날 때 푹 잔듯한 느낌을 남겨 정신적으로 의존하기 쉬운 약물로 알려져 있다.

보고서를 보면 국내 성형외과, 내과 등 의원급 의료시설 10곳 중 9곳이 프로포폴을 마취제로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사용량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프로포폴 등 의료용으로 처방하는 마약성 진통제나 마취제는 다중 잠금장치가 설치된 철제금고에 보관하고 담당자만 취급하도록 관련 지침이 마련돼 있지만, 허술한 관리 체계 탓에 무단 유출해 사용하는 의료인이 꾸준히 적발되고 있는 상황.

2016년 6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프로포폴을 투약한 성형외과 간호조무사가 환각 상태로 발견돼 경찰에 입건됐다.

같은해 5월 광주에서는 간호사가 병실에서 환자에게 처방된 무통주사액 일부를 빼내 자신의 팔에 주사하다가 인기척에 깬 환자에게 들키는 일도 있었다. 이 간호사는 무통주사액을 호기심에 처음 투약한 뒤 수차례에 걸쳐 입원 환자에게 처방된 약물을 빼돌렸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업무 스트레스와 호기심으로 프로포폴과 같은 약물을 접한 의료인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산뜻한 사용감에 또다시 약품을 찾게 된다며 의료계 전반에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로포폴 투약, 깨어날 때 푹 잔듯한 느낌?

보건당국 조사에서 오염된 프로포폴로 집단패혈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 서울의 M피부과가 지난해 전국 피부과 평균의 14.4배에 달하는 프로포폴을 공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M피부과가 사용한 프로포폴은 한 제약사의 프로바이브주1% 20㎖로 △지난해 5800개 △2016년 2490개 △2015년 800개를 각각 공급받았다고 밝혔다.

이를 ㎖로 환산하면 지난해 11만6000㎖, 2016년 4만9800㎖, 2015년 1만6000㎖다. 2015년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피부과 의원이 공급받은 프로포폴 평균보다 훨씬 많았다고 정 의원은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M피부과 공급량은 전국 피부과 평균 공급량(8011㎖)의 14.4배, 강남구 소재 피부과 의원 68곳의 평균 공급량(1만1584㎖)보다 10배나 각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M피부과는 2016년 10월 관할 보건소 현장점검을 통해 잠금장치가 없는 일반냉장고에 프로포폴을 보관하고, 마약류 저장시설 점검부를 설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경고 및 과태료 3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정 의원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나듯 의료기관 내 마약류 및 향정신성의약품 관리가 부실하다"며 "마약류의 제조에서 유통, 처방·조제, 사용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의료기관 내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 관리 부실

최근 5년간 병·의원 등에서 벌어진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 및 분실 건수는 18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알약 형태인 정제 마약류 분실 총량은 3만8158정에 달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최근 5년간 마약류 의약품의 도난 및 분실 건수는 186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13년 40건, 2014년 47건, 2015년 33건, 2016년 46건, 작년 상반기 20건으로 기록됐다. 이 중 도난은 133건, 분실은 53건이었다.

도난 및 분실한 업체 유형별로는 의원이 68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병원이 61건으로 근소한 차이를 보였고, 약국 42건, 도매업 12건, 제조업 3건 순이었다.

분실된 총량은 알약 형태인 정제 마약류 3만8158정, 주사제 형태로는 앰풀 6700개, 약병(바이알) 118개에 달했다.

주사제는 유리로 된 뚜껑을 부러뜨려 사용하는 용기인 앰풀 형태와 고무마개로 막힌 바이알 형태로 구분된다. 이 중 앰풀은 한 번 사용 후 버리고, 바이알은 대개 20cc 용량이어서 환자 1명에 전량을 사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도난 및 분실 건수가 가장 높은 마약류는 흔히 우유주사로 불리는 프로포폴이었다. 이 기간 프로포폴은 55건의 도난 및 분실 건수가 기록됐다. 도난 및 분실된 실제량으로는 454개 앰풀, 94개 바이알이 사라졌다.

'졸피뎀'의 도난 및 분실 건수는 43건으로 뒤를 이었다. 졸피뎀의 도난 및 분실 실제량은 알약 형태인 정제로만 5958정에 달했다. 또 다른 수면유도제인 '디아제팜' 40건, '알프라졸람' 27건, '로라제팜' 24건, '미다졸람'과 '페티딘염산염'이 각각 21건이었다.

인 의원은 "도난·분실된 마약류는 인터넷 등에서 불법유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마약류 불법유통의 철저한 단속은 물론, 도난 및 분실사고를 사전에 근절하기 위해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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