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한국 프로야구에 합류한 넥센 히어로즈는 자금력이 없어 머니볼을 도입했다. 프런트가 적극 나섰다. 박병호, 강정호 같은 선수를 발굴해 수백억원의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비를 받고 메이저리그로 보내 재미를 봤다. 외국인 선수도 저렴한 가격에 사들여 부가가치를 높인 뒤 국내외 다른 팀에서 좋은 오퍼가 오면 보내줬다. 모기업 없이 야구단을 운영해 새로운 경영 사례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아왔다.
넥센이 지난 10년간 선수 트레이드 뒷돈으로 무려 131억5000만원을 챙겨온 사실이 드러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구단 실질적 소유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는 횡령 등 혐의로 징역형을 받아 직무정지됐고, 이번 사태로 영구제명될 위기에 처했다. 넥센 구단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고사가 있다. 같은 종류라도 기후와 풍토가 다르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진다는 뜻이다. 머니볼은 돈이 지배하던 시장에서 저평가된 가치를 찾아내 적은 비용으로 승리를 얻어낸 멋진 실험이었다. 그러나 넥센은 뒷돈에 눈이 멀어 ‘한국식 머니볼’이란 오명을 남겼다. 아무 것도 모른 채 트레이드 당한 선수들과 실망한 야구팬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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