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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6·13 민심 현장 르포] "원희룡도 문대림도 문제 많다는 건 알아마씸… 아직 결정 못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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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31 19:03:49 수정 : 2018-06-01 09: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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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제주도 /“元후보 버스체제 개편 잘못해 / 文은 부동산 논란 예전부터 나와”/ 두 사람에 모두 호의적 이지 않아 /대다수 “아직 누구 찍을지 미결”/ 서로 적폐 규정… 선거운동 과열 / 부동층 향방이 승부 가를 듯/ 여론조사선 元, 文후보 약간 앞서 “원희룡이한테는 불만이 있지만, 문대림도 문제가 많다는 걸 다들 진작에 알아마씸(알고 있다). 누구를 찍을지 아직 결정 못해수다.”

6·13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31일 제주에서 만난 택시기사 한성은(63)씨는 바닥 민심을 묻자 단박에 이같이 말했다. 제주지사 선거는 무소속 원희룡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후보를 조금 앞서고 있는 ‘양강구도’ 양상이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약 1%에 불과한 제주도(66만명)가 지방선거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돌풍이 불고 있는 육지와 달리 이곳 민심은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은 듯 보였다. 부동층이 많아 이들의 표심이 승부를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제주지사 후보가 29일 제주시 동문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과 손을 잡고 인사하고 있다.
문대림 캠프 제공

◆제주 민심…‘文도 元도 아직은’

택시기사 한씨는 “원 후보가 지사가 된 후 처음에는 좋은 일을 했지만 막판에 안 좋은 결정을 많이 내렸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2017년부터 시행된 버스체제 개편을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책으로 꼽았다.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갑작스러운 개편으로 도로폭이 좁아드는 등 시내 교통체계가 엉망이 됐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한씨가 문 후보에게 호의적인 것도 아니다. 한씨는 “부동산 논란 등 문 후보에 대한 우려들은 예전부터 나왔던 이야기”라며 “아직까지는 누구를 찍지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만난 제주도민들은 원 후보의 도정 4년을 호의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집권여당인 민주당 문 후보를 찍을 수도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제주시내에서 일하는 이모(26)씨는 “젊은 사람들 중에서는 아무래도 ‘문재인 대통령이 속해 있는 당을 찍자’는 정서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 애월에서 만난 자영업자 김윤식(72)씨는 “내 주위에서는 ‘문대림이 7개월만 청와대에 있어 놓고 무슨 대통령 측근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무소속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가 31일 오전 제주대 정문 옆 버스정류장에서 도민과 악수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서귀포 대정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45·여)씨는 “처음에는 원 지사가 더 낫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원 후보를 둘러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오면서 지금은 누구를 찍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귀포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우모(40대·여)씨도 “아직은 찍을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 둘 중 누가 딱히 낫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지 후보를 결정한 주민들은 적극적인 의사를 표시했다. 문 후보 고향인 서귀포 대정에서 만난 강혜숙(44·여)씨는 “대정에서는 문 후보 지지도가 높다”며 “중앙정부와 소통이 잘되는 문 후보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원 후보와 동향(서귀포 중문)이라는 이모(51)씨는 “중문에서는 원 후보를 뽑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들이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외지인’(외지에서 제주로 들어온 사람)과 ‘제주 본토인’ 사이의 선호 후보 차이도 눈에 띄는 모습이다. 제주로 들어온 지 5년쯤 된다는 양모(45)씨는 “원 후보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애월에서 만난 김씨는 “외지인들은 잘 말을 하지는 않겠지만 문 후보를 지지하는 편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선거 과열에 눈살 찌푸리기도

선거전 과열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며 어느 후보도 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적잖았다. 문 후보와 원 후보는 최근 들어 상대방에 대한 의혹을 잇달아 제기하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두 후보는 이날도 상대를 ‘적폐’로 규정하며 자신을 ‘적폐 청산 적합 후보’라고 주장했다. 서귀포에서 만난 윤모(42·여)씨는 “처음에는 누구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요새 들어 서로 치고 받고, 물고 뜯고, 싸우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썩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상으로는 원 후보가 오차범위를 살짝 넘는 선에서 문 후보에 우위를 보이고 있다. 선거전 초반에는 문 후보가 앞서나갔지만 원 후보가 토론회 중 폭행을 당한 계기로 지지율이 상승했다.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는 것이 지역 내부 판단이다. 두 후보 모두 이날 저녁에 제주시에서 공식 출정식을 열며 총력전에 돌입했다. 두 후보 외에 자유한국당 김방훈, 바른미래당 장성철, 녹색당 고은영 후보도 출사표를 던지고 한 표를 얻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제주=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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