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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헤디 라머’ 삶 다룬 영화 ‘밤쉘’

입력 : 2018-05-31 21:02:19 수정 : 2018-05-31 21: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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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풍미한 섹스심벌 / 와이파이 기술 발명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불렸던 배우. 1930∼1940년대 최고의 섹스심벌(밤쉘). 한국에는 ‘삼손과 데릴라’의 데릴라로 잘 알려진 헤디 라머(사진)다. 그는 21세기 들어 또 다른 수식어로 기억되고 있다. ‘와이파이 발명가’.

영화 ‘밤쉘’은 화려한 외모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헤디 라머의 ‘발명가’로서의 삶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다. 오스트리아 유대인으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기계에 관심이 많았다. 세상 모든 물건이 작동하는 원리를 궁금해했다. 다섯 살 때 오르골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하기도 했고, 학교에서는 화학교과를 가장 좋아했다.

과학자가 되기엔 지나치게(?) 아름다웠던 그는 16세에 오스트리아의 유명 영화사에 들어갔고 20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할리우드 배우가 됐다. 영화 ‘알제’(1938)로 헤디 라머는 스타덤에 올랐다. 5대 5 가르마의 검고 굵은 웨이브 머리를 할리우드에 유행시켰으며, 디즈니 백설공주 캐릭터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시 영화사는 배우들을 노예처럼 부렸다. 각성제를 먹여가며 새벽부터 밤까지 촬영했다. 하지만 바쁜 스케줄에도 헤디 라머는 집에 돌아와 바로 잠들지 않았다. 그는 집에 완벽한 실험 테이블을 갖추고 늘 뭔가를 발명하려 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노트에 적었고 과학자들과 교류했다.

그는 자신의 고향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 가슴 아팠다. 독일군의 어뢰 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한 약 300명의 피난민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영국군의 어뢰 타격률을 높일 수 있는 무선 조종 어뢰를 발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가 생각한 방법은 적이 무선을 교란하지 못하도록 주파수를 지속적으로 바꾸는, 이른바 ‘주파수 도약’이다.

그는 자신과 뜻이 통했던 유명 작곡가 조지 앤타일과 함께 이 기술을 개발해 1941년 4월 특허를 따냈다. 하지만 예쁜 여배우가 개발한 기술에 군 관계자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후 ‘주파수 도약’을 기초로 GPS, 블루투스, 와이파이, 군사위성시스템이 개발됐지만 그 기술을 발명한 사람이 헤디 라머라는 사실은 1990년이 돼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사람들은 잘 몰라요. 저는 외모보다는 두뇌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란 걸 말이에요.” 그는 아름다웠고 똑똑했다.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고, 사람을 살리기 위해 기술을 개발했으며, 악덕 영화제작사에 반기를 들고 직접 영화를 제작했다. 하지만 당시는 아름다운 여자에게 똑똑함은 필요없던 세상이었다. 헤디 라머의 능력은 폄하됐고, 그는 오직 섹시한 이미지로만 소비됐다. 그럼에도 헤디 라머는 2000년 사망할 때까지 세상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놓지 않았다.

“사람들은 비이성적이고 자기중심적이에요. 그럼에도 그들을 사랑하세요. 좋은 일을 하면 다른 동기가 있다고 비난할지 몰라요. 그럼에도 좋은 일을 하세요. 당신의 최고를 세상에 주고도 호되게 당할 수 있어요. 그럼에도 세상에 최고를 주세요.” 늘 자신의 진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헤디 라머. 보안 무선통신의 혁명을 이뤄낸 위대한 인물이지만 ‘밤쉘’로만 기억됐던 그의 이야기는 오는 7일 만날 수 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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