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재나 파트너스(Jana Partners)와 기관투자자인 캘리포니아주 교직원 퇴직연금 캘스터스(CalSTRS)는 애플에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보도된 내용을 보면 편지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우선 부모가 자녀의 스마트폰 이용을 더 쉽게 통제·제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애플이 개발하라는 것이다. 또 과도한 스마트폰 이용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라는 주문도 담겼다. 재나와 캘스터스는 약 20억달러(2조1000억원)에 달하는 애플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주주가 팔을 걷어붙일 정도로 미국 사회에서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커먼센스미디어(Common Sense Media)에 따르면 미국 10대의 절반가량이 휴대전화에 중독됐다고 느끼고, 휴대전화 메시지에 즉각 응답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 스마트 폰을 보거나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걷고 있다. 자료사진 |
청소년은 새로운 매체를 더 적극 받아들이고 더 집중해서 쓰는 경향이 있어 스마트폰 과의존에 상대적으로 더 취약한 것으로 분석된다. 친구들 간 상호 작용이나 오락을 목적으로 쓰는 것도 과의존을 부추긴다.
연령별로 과의존 위험군이 흔히 쓰는 콘텐츠는 유아·아동은 게임(89.0%)과 영화·TV·동영상(71.4%), 청소년은 메신저(98.8%)·게임(97.8%)·음악(82.6%), 성인(20∼60대)은 메신저(96.8%)와 뉴스 검색(95.1%)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즉시성·휴대성·개인화 등이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과의존을 초래하고, 이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독, 사이버따돌림 등 각종 폭력, 음란·유해 사이트 및 애플리케이션 접촉으로 인한 자살 등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고 지적한다.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 ‘스몸비’(Smombi: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인한 안전사고도 심각하다. 삼성화재 부설 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4∼2016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1700여건의 보행 중 주의분산사고의 61.7%가 휴대전화(스마트폰) 사용 중 발생했다. 휴대전화 사용 중 발생한 주의분산 보행사고의 연령대별 사상자는 10대(28.1%)와 20대(23.7%)가 과반을 차지했다. 앞서 2016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가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조사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스마트폰 관련 차 사고는 2011년 624건에서 2015년 1360건으로 배 이상 급증했다.
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