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의 실망감은 ‘사학스캔들’ 때문이다. 사학법인 ‘가케학원’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은 사안과 ‘모리토모학원’이 국유지를 감정가의 14%라는 헐값에 사들인 사안에 아베 총리 부부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아베 총리와 주변 인물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조사에서는 가케학원 문제에 대해 자신의 관여나 지시를 부정하는 아베 총리의 설명에 대해 74%가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상규 도쿄 특파원 |
이런 분위기라면 오는 9월 집권 자민당의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3연임’에 실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가 이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총리직에서도 물러나야 한다. 아베 총리가 숙원으로 꼽아 온 헌법 개정 문제는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못 해본 상태다. 그런데 과연 아베 총리가 이대로 물러날까.
자민당 총재 선거는 전국 여론과 무관하다. 자민당 소속 국회의원과 당원만 참여하는 자체 행사다. 1차 투표는 소속 국회의원 1인 1표와 그 동수에 해당하는 지방 표로 이뤄진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은 후보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을 대상으로 벌이는 결선투표는 소속 국회의원 1인 1표와 지방표 47표(광역지자체별 1표)로 이뤄진다.
따라서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중요한 것은 자민당 지지층의 여론이다. 마이니치신문 조사에서 차기 자민당 총재에 적합한 인물에 대한 답변을 자민당 지지층으로 한정하면 아베 총리가 44%로 압도적인 1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18%로 그 절반에도 못 미쳤고, 고이즈미 부간사장도 15%에 머물렀다. 아베 총리가 여전히 차기 총리 1순위인 셈이다. 국회에서 사학스캔들에 대한 야당의 집중 추궁을 받을 때도 아베 총리가 웃으면서 답변하는 등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은 ‘떼 놓은 당상’일까. 아직 큰 변수가 있다. 바로 자민당 국회의원들의 ‘배신’ 가능성이다. 국회의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의 의원직 연장이다. 당장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사람은 실업자가 된다. 국민의 실망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아베 총리 체제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확산할 수도 있다. 아베 총리를 지지해 온 파벌이 등을 돌리게 된다면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아베 총리를 지지해 온 자민당 내 제3 파벌 ‘다케시타파’를 이끄는 다케시타 와타루 총무회장이 최근 “반년 전만 해도 아베 총리의 3연임이 당연해 보였지만 현재는 공기가 바뀌었다”고 한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린 것은 기분 탓일까.
우상규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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