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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아 어디까지 갔니?… 더 늦기 전에 떠나자!

입력 : 2018-05-31 10:00:00 수정 : 2018-05-30 20: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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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덥고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면 한숨을 내쉴 거다. ‘조금만 빨리 왔으면 날씨가 더 좋았을 텐데’하면서 말이다. 봄이 슬슬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침의 쌀쌀한 기운도 사라지고, 낮엔 반소매 옷이 어울리는 날씨가 됐다.

조금 더 더워지면 나들이를 떠나도 원치 않게 습한 공기를 마시게 된다. 얼마 남지 않은 봄, 가족들과 함께 봄의 마지막 자락을 붙잡아보자. 한국관광공사가 가족들을 위한 늦봄 나들이 장소를 소개했다.

포천 국립수목원. 전나무 숲 걸으며 몸도 마음도 나긋나긋
◆봄 향기를 맡으며

경기 포천 국립수목원은 500년 넘게 지켜온 초록 숲이 마음을 사로잡고, 이름도 정겨운 들꽃이 눈을 떼지 못할 만큼 고혹적이다. 피톤치드 가득한 전나무 숲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나긋나긋해진다.

국립수목원의 옛 이름은 광릉수목원이다. 1468년 세조의 능림(陵林)으로 지정된 후 550년 동안 생태적으로 잘 보존돼왔다. 광릉숲 전체 면적 2420㏊에서 1119.5㏊가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국립수목원이다. 국립수목원의 핫 플레이스는 남쪽 끝에 있는 전나무 숲이다. 1927년 월정사에서 전나무 씨앗을 가져다 키운 묘목이 까마득한 높이로 자랐다. 숲에서 은은하게 퍼지는 피톤치드의 달고 시원한 공기는 보너스다. 피톤치드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계절은 하절기로 오전 10시부터 정오 사이 전나무 숲을 걸으면 최고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수목원 정문에서 어린이정원을 거쳐 왼쪽으로 난 오솔길을 지나면 숲생태관찰로와 아름다운 육림호로 이어진다. 육림호 곁에는 산책하다 쉬기 좋은 숲 속 카페가 있다. 1989년에 지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통나무집이 숲 속의 쉼터에 잘 어울린다. 고즈넉한 호수를 바라보며 데크에 앉아 차를 마시는 시간이 여유롭다. 수목원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다 보면 덩굴식물원, 수생식물원을 지나 피라미드 모양으로 된 난대식물온실을 만난다. 유리온실에는 남해안이나 남쪽 섬에 자생하는 식물이 있어 사철 푸르다. 
홍천 수타사 산소길. 가족·연인·친구 손 잡고 이야기 두런두런
강원 홍천 수타사 산소길은 서울에서 당일치기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 떠나기에 편한 곳이다. 수타사 산소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전체 3.8㎞로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 반이면 충분하다. 산소길에 들어서기 전 만나는 수타사를 대표하는 유물은 ‘월인석보’로, 한글로 지은 최초의 불경이다.
홍천 귕소 출렁다리.
수타사를 지나면 공작산생태숲으로 들어선다. 길은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노인도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다. 계곡을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데, 갈 때는 계곡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른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닿을 만큼 폭이 좁다. 구불구불한 길이 숲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 운치 있고, 걷는 맛도 난다. 봄 숲은 싱그럽고 청량하다. 숨을 깊이 들이쉬면 맑은 산소가 가슴에 가득하다.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걷다 보면 왼쪽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이 귀를 씻어준다. 수타사계곡을 내려다보며 40분쯤 걷다 보면 절경인 ‘귕’소에 닿는다. ‘귕’은 여물통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로, 통나무를 파서 만든 여물통처럼 생겼다해서 붙은 이름이다. 소에서 조금 더 가면 나오는 출렁다리가 반환점 역할을 한다. 출렁다리를 건너 수타사 방면으로 다시 내려간다. 수타사가 가까워질 무렵, 용이 승천했다는 용담이 보인다. 가족의 손을 잡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며 걷기에 더없이 좋다.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칙칙폭폭 철길 달리며 옛 추억 새록새록
◆봄 날씨를 즐기며

전남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은 이름처럼 온통 기차로 가득하다. 증기기관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니고, 오래된 철도 위로 레일바이크가 느릿느릿 움직인다. ‘시원한 역’, ‘개운한 역’이라는 이름이 붙은 화장실도, 놀이터 건물도, 가로등도 모두 기차로 장식돼 있다.

섬진강기차마을 정문은 맞배지붕이 단정한 구 곡성역사다. 1933년에 지은 이곳은 2004년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1999년 전라선 복선화 사업으로 새 곡성역에 자리를 내주고 폐역이 됐다. 승차장에선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커먼 증기기관차가 여행객을 맞는다. 마을을 순환하는 레일바이크가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굴러간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공원 옆 전망대에 올라본다.

그리 높지 않은데도 시야가 넓게 열려 마을이 한눈에 잡힌다. 최근에 개장한 관람차는 사진 촬영 명소로, 하늘 높이 솟구친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기차의 역사도 알고 놀이도 즐기는 치치뿌뿌놀이터, 섬진강 도깨비 설화를 접목한 요술랜드,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는 동물농장에 들러보자.

섬진강기차마을의 하이라이트는 증기기관차 타기다. 증기기관차가 오가는 기차마을-가정역 구간은 철도와 국도17호선, 섬진강이 나란히 달린다. 기차가 느릿느릿 달리는 덕분에 섬진강의 봄 풍경을 찬찬히 감상할 수 있다. 가정역에서 30분 정차해 산책하기 좋다. 역을 나오면 섬진강이 펼쳐지고 출렁다리가 보인다. 기차마을에 돌아오면 침곡역으로 향한다. 섬진강레일바이크를 타기 위해서다. 레일바이크는 침곡역-가정역 구간을 운행하며, 풍경을 즐기다 보면 30분 만에 가정역에 도착한다.
용인 한국민속촌. 흥 넘치는 민속놀이 체험… 어깨가 들썩들썩
경기 용인 한국민속촌. 1974년 문을 연 야외 민속박물관으로, 우리 전통문화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민속촌도 변신을 거듭했다. 가족이 함께할 체험거리와 생동감 넘치는 공연, 전래 동화에 나오는 조선시대 캐릭터가 더해졌다.

민속촌에서 조선시대 캐릭터는 연예인 못지않게 인기다. 꽃 거지와 이방, 주모, 사또, 훈장, 장사꾼 등 캐릭터들이 개성 넘치는 복장과 분장을 하고 여행자를 맞이한다. 캐릭터들이 민속촌 구석구석을 활보해, 길에서 이들과 만나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주정뱅이 이방의 빨간 코와 볼이 가족에게 함박웃음을 안겨준다. 올해는 양반의 장례 때 주인 대신 곡하는 노비인 곡비와 전문 호객꾼인 여리꾼 캐릭터가 추가됐다. 카메라를 들이대면 천연덕스럽게 포즈도 잡아준다.

조선시대 캐릭터들과 신나게 어울린 뒤에는 민속촌 구석구석을 천천히 돌아본다. 각 지방에 있던 실물 가옥을 옮겨 짓거나 복원해,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하는 기분이다. 해학과 흥이 넘치는 민속놀이가 빠질 수 없다.

전통악기의 가락을 즐기는 농악, 전통 기마 문화를 엿보는 마상 무예는 우리 문화에 푹 빠지게 한다. 99칸 양반가에서 펼쳐지는 전통 혼례도 인기다. 연지 곤지를 찍은 신부와 늠름한 신랑이 마주 선 가운데 혼례가 진행된다. 시끌벅적한 공연과 달리 진지하다. 혼례가 끝나면 신부는 가마를 타고 신랑 집으로 간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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