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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문대통령, 북·미회담 앞둔 트럼프에 ‘한국어 특강’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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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7 09:04:55 수정 : 2018-05-27 10: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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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당초 예정대로 역사적인 첫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커졌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서 중재자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한 데 이어 26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문 대통령이 북·미 양측 간 가시 돋친 설전으로 한때 취소 사태를 맞았던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셔틀 외교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와 체제 보장을 맞교환하는 김정은-트럼프 간 빅딜을 위해 딜의 내용을 중간에서 절충하고 있는 게 결코 아니라고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이 26일 말했다.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딜은 북·미 양국에 맡겨 놓은 채 ‘그랜드 바겐’을 끌어낼 수 있도록 김정은-트럼프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지난 22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어 특강’을 한 것으로 알려져 워싱턴 외교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 전인 지난 16일에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 1부상이 담화를 통해 “핵 포기만 강요하려 든다면 대화에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며 다가오는 조미 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협박했었다. 

성미 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회담을 불과 3일 남겨 놓은 시점에 전화를 걸어 문 대통령이 전해 준 북한 입장과 다른 소리를 북한이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캐물었던 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할 수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 회담 전에 있었던 모두 발언과 ‘미니 기자 회견’에서 6.12 싱가포르 회담에 대한 뚜렷한 견해 차이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시종 6.12 회담을 기정사실로 얘기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무엇보다 북한의 성명에 화가 잔뜩 나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데 주력했다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영어와 한국어의 화법이 얼마나 다른지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데 회담 시간의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고 이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문 대통령은 한국어를 영어로 직역하면 본뜻이 크게 왜곡될 수 있다”며 “북한 측 고위 인사들의 발언을 영어로 ‘직역’하면 커다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전후 맥락에 맞도록 ‘의역’을 해야 한다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강조해서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영어가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식인데 반해 한국어는 전후 맥락으로 그 뜻을 헤아려야 하는 여백이 많은 언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하고, 북한 측이 말하려는 메시지를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한국어 특강’은 일단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떠난 뒤인 24일(한국시간)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담화를 통해 “미국에 대화를 구걸하지 않는다”면서 “계속 불법 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조미 수뇌회담 재고려 문제를 최고 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다시 으름장을 놓았다. 최 부상은 특히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정치적으로 아둔한 얼뜨기’라고 비난했다. 최 부상의 담화는 미국 시간으로 24일 밤 8시께 나왔고, 그로부터 2시간 뒤인 밤 10시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영어로 번역된 최 부상의 담화문을 들고 트럼프 대통령 숙소로 올라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때 최 부상의 펜스 부통령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욕’을 이유로 북·미 정상회담 취소 결정을 내렸고, 12시간 만인 25일(미국 시간) 오전 9시 50분께 이 사실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한국어와 영어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 차이만큼 그 화법이 다르고, 김정은-트럼프 간 빅딜이 성사되려면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국어 특강’ 내용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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