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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면 우리도 걱정인데…장마 앞둔 버스업계의 고민

입력 : 2018-05-30 08:00:00 수정 : 2018-05-30 0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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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일부터 서울시가 지하철 전 역사에서 우산 비닐 커버를 가져다 놓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책을 둘러싼 시민들의 반응이 엇갈린다.

대책도 없이 갑자기 결정하면 모든 불편은 시민의 몫이 된다면서 빠른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환경을 생각하면 우산 비닐 없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다면서 비슷한 움직임을 사회 전 방위로 확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서울지하철 1~8호선을 담당한 서울교통공사는 빗물 흡수 카펫을 역사 전체로 확대해 설치할 예정이다.

지하철 변화를 지켜보는 시내버스 업계는 조용히 한숨만 내쉴 뿐이다. 우산 비닐은 애초부터 있지도 않았고, 비 오는 날이면 차내 바닥에 흥건히 고인 빗물 때문에 제기된 승객들의 불만을 묵묵히 견뎌왔기 때문이다. 같은 대중교통이지만 이들은 어려움을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

올해 들어 서울에 첫 호우주의보가 발령될 정도로 강한 비가 수도권에 몰아치는 동안 시내버스도 우산을 들고 타는 승객들로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비슷한 시기 시내 여러 노선을 돌며 지켜본 결과, 빠르게 버스에 타려는 승객들이 우산을 털 여유조차 없는 탓에 흘러 차내 바닥 여기저기에 고인 물이 발견됐다. 일부 승객이 움직이는 중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아찔한 상황도 관찰됐다.

 

우산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시내버스 바닥을 탄 채 흐르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평소 시내버스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이모(37)씨는 “정류장에서 빗물을 털고 타기조차 어려운 게 버스의 현실 아니겠냐”며 “바닥에 고이는 빗물 때문에 누군가 미끄러지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스 내 우산 비닐은 바라지도 않는다”며 “승객들도 애를 먹지만 기사님들께서도 고충이 많으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서울 종로구의 한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박모(40)씨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그는 “차 바닥에 보면 미끄러지지 않게 테이프 같은 걸 붙여놓지 않느냐”며 “비가 많이 오거나 장마철이라면 그런 것도 소용없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 우산에서 튀는 빗물이 내 옷에 묻어도 ‘버스’라는 공간에서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일 것 같아 조용히 넘기고 만다”고 말했다.

자신을 50대라고 밝힌 버스기사 최씨는 “통로도 좁고 비 오는 날 승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라며 “흘러내리는 빗물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밝혔다. 행여나 미끄러지는 건 아닌지 승객의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그는 “지하철과 비교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보다는 더 나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축축한 우산이 다리에 닿으면 너무 불쾌하다” “적어도 똑딱이 단추는 잠그고 타는 게 매너 아니냐” “빗물 튀는 게 싫어서 긴바지를 입는 편이다” 등의 다양한 반응을 관찰할 수 있다.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한다면 승객들 불만과 함께 애먹는 기사들의 사례도 더욱 많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의 한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정류장마다 일일이 승객분들에게 우산을 털고 타라고 말할 수 없는 건 다들 아는 현실”이라며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가 승객들에게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철은 역사 입구부터 타는 곳까지 거리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서 우산을 털고 다닐 수 있는 여유가 있지만 버스 정류장은 그렇지 않다”며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모든 기사들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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