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억 논설위원 |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탕평 인사도 기대 이하다. 현 정부가 내세운 100대 과제 중 하나인 ‘적재적소, 공정한 인사’와는 거리가 멀다. ‘유시민(유명대학, 시민단체, 민주당) 인사’, ‘캠코더(캠프, 코드, 더불어민주당) 인사’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로 ‘자기 사람’만을 고집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사례가 말해주듯이 시민운동가 중심의 코드 인사와 제식구 봐주기식 인사검증의 난맥상이 계속됐다.
협치 역시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분열과 갈등의 정치도 바꾸고,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야 한다”며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라고 했다. 그러나 정권 초기부터 야당과 삐걱거리더니 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제안한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구성조차 되지 못했다. 의욕적으로 추진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가 무산된 것도 야당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4일 국회에서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공언이지만, 실익도 없이 공연히 야당만 자극할 뿐이다. 4, 5월 국회는 40일 넘게 표류했고, 추가경정예산도 국회 제출 45일 만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이 정권은 소수 정권이다. 야당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생명력을 가질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여소야대 지형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시로 야권에 다가가 대화하고 껴안는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에 대해서도 비판론 일색이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고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내걸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정책을 동원하고 재정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 2월부터 3개월째 10만명대에 머물렀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3개월 연속 10만명대에 머문 것은 2008∼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52시간 근로시간제는 정부가 설명한 방향과는 반대의 효과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숙박 및 음식업에서 9개월째 취업자 수가 감소하고 자영업자의 54%가 소득이 줄었다고 응답한 게 이를 대변한다.
이제 막 1년이 넘은 문재인정부를 놓고 ‘외화내빈’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인사, 협치, 경제는 폭발력이 강한 사안들이다. 한번 어그러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정권에 부담이 된다. 이 정부가 남북·외교분야의 성과에 자만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실적에 엄중한 잣대를 대기 시작할 것이다. 2년차부터는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 성과를 내고, 야당의 존재와 역할을 인정하는 협치를 하고, 담대한 탕평책을 펴야 한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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