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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실망, 꺼지지 않는 논란…상처만 남은 아이돌 팬사인회

입력 : 2018-05-24 08:00:00 수정 : 2018-05-23 23: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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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비투비(BTOB)’의 팬사인회를 진행한 스트리트컬처 브랜드 토니모리를 향한 팬들의 비난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행사 당일 당첨자 대규모 불참에 따른 현장 재추첨 문제와 더불어 사인회 응모 과정을 놓고서도 서로의 말이 엇갈려 논란은 당분간 꺼지지 않을 전망이다.

팬사인회는 지난 17일 오후 5시 롯데몰 김포공항점에서 진행됐다. 올 4월,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뒤 처음으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여서 사인회를 향한 관심은 무척 뜨거웠다. 토니모리 회원 등급에 따라 응모 조건 구매액수는 달랐지만, 일찌감치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앞에서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떴다. 조건만 충족하면 한 사람이 중복 응모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인회가 성료되었다는 내용과 달리 팬들 사이에서 브랜드를 향한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애초 사인회를 하는지도 몰랐던 사람이 당첨되는가 하면, 당첨자 중 대다수가 불참하는 바람에 현장 재추첨을 하고도 ‘쉬쉬’하는 분위기였다는 말까지 흘러나왔다. 사인회가 끝나고도 멤버들에게 개별 사인을 요구하는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까지 있었다는 이야기가 온라인에서 퍼졌다.

토니모리 측은 △특정 상품을 사면 당첨확률이 높아지도록 되어 있었던 건 사실이며 △구매 조건을 충족하면 회원 한 사람이 여러 번 응모할 수 있었고 △사인회 당일 오전 확인했을 때 불참하신다는 분들이 많이 계셨으며 △절반 정도 넘는 분들이 오지 않아서 처음 겪는 일이고 많이 당황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사인회 당일 오후 공식 페이스북에서 “금일 비투비 팬사인회 관련해 기상이변으로 인한 폭우가 이어지는 상황으로, 당첨되신 분들 다수가 현장에 참석하지 못하였다”며 “부득이하게 현장 재추첨을 진행하게 되었다”고 한 바 있다.

행사가 끝난 뒤, 멤버들에게 추가로 사인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브랜드 홍보를 위해 멤버들의 사인을 받기로 사전에 협의가 되어 있었다며, 멤버들이 급박하게 도착하는 바람에 부득이하게 행사가 끝나고 사인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스트리트컬처 브랜드 토니모리가 17일 롯데몰 김포공항점 이벤트존에서 '토니모리×비투비 팬사인회'를 진행했다. 토니모리 제공.


팬들의 말은 다르다.

현장 재추첨의 경우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 안 된다면서 비밀로 해달라는 직원이 있었고, 멤버들에게 개별 사인을 요청하면서 해주지 않자 언짢은 표정을 지은 이가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브랜드 홍보를 위해 사인을 받아야 했다면 공식 경로로 요청해도 되지 않냐면서 ‘To’로 표기되는 형식의 사인을 받지는 않았을 거라고 주장한 이도 있었다.

또 당일 오전에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는 해명과 다르게 오후에야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들은 ‘폭우’를 이유로 지목한 부분에 대해서도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뿔난 팬들은 논란에 대처하는 토니모리의 자세가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팬들과 아이돌을 탓했다면서 “멤버들이 급박하게 도착하는 바람에”라는 부분을 두고는 “사인회에 앞서 인스타그램 라이브를 진행하지 않았느냐”고 황당해했다. 진심이 담긴 사과면 끝났을 일인데 오히려 거짓말로 잘못을 키워가고 있다며 등 돌리는 분위기가 관찰됐다.

한편 ‘당첨자의 불참’을 두고 일선 매장에 물어본 결과 “다른 사람의 번호로 사인회에 응모를 하면 그런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매자가 가족이나 지인의 전화번호로 팬사인회에 응모하면, 사인회 당일 ‘본인’이 참석해야 하는데 개인 사정에 따라 그럴 수 없으므로 ‘불참’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물건 살 때 본인확인을 하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한 매장 관계자는 “손님들 앞에서 그렇게 요구할 수가 없다”며 “경찰서도 아니고 일일이 신분증을 대조하려고 하면 화를 내시는 분도 계시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든 구매자가 다른 이의 번호로 팬사인회에 응모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영수증에 응모 여부가 인쇄되는지를 물어본 결과 다른 매장의 관계자는 “팬사인회에 응모하신다고 하면 영수증에 인쇄되지만, 그런 의향을 밝히지 않으면 영수증에 따로 찍히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응모와 영수증 인쇄까지 일련의 과정이 연결되었다는 뜻이다.

이는 한 네티즌의 주장과 배치된다.

응모기간에 서울의 한 매장에서 물건을 산 A씨는 팬사인회에 응모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나, 다음날 오후 늦게 ‘당첨 알림’ 문자를 받았다고 했다. 영수증을 버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응모 여부가 찍혔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했지만, 만약 문자메시지 수신과 관련한 말이 사실이라면 팬사인회에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응모가 된다는 매장의 설명은 거짓이 된다. 매장이 구매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팬사인회에 응모시켰다는 뜻도 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마련한 행사에서 논란이 빚어지니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아이돌 팬들도 엄연한 소비자인데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잘못을 감추려는 바람에 더욱 문제가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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