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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제집에서도 의심받는 아베… "진실 말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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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23 11:05:28 수정 : 2018-05-23 14:4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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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드러나면 사임 불가피”
“총리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있다.”

‘사학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집권 자민당 의원들로부터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아베 총리는 총리직이 걸린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지 못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선거에서 패배하면 총리직을 내놓아야 한다.

23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사학법인 ‘가케학원’이 52년 만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받은 과정에 아베 총리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수의학부를 유치한 지자체인 에히메현이 최근 공개한 문서에 대해 아베 총리는 “(총리관저 측) 관련 기록은 이미 폐기했고, 기억이 없다”며 부정했다. 에히메현이 공개한 문서에는 아베 총리의 친구인 가케 고타로 가케학원 이사장이 2015년 2월25일 총리관저에서 15분 동안 면담하면서 수의학부 신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아베 총리가 “그런 새로운 수의대학 생각은 좋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22일 “당시 가케 이사장과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총리관저 출입기록을 이미 폐기해 확인할 수 없었다고 강조했다. 가케학원 측도 “이사장은 2015년 2월 총리와 만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소동이 벌어진 것은 아베 총리가 가케 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아베 총리가 국회 답변 때 “가케학원이 수의학부를 신설하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사업자가 최종 선정된 2017년 1월”이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당시 아베 총리는 가케 이사장이 친구인 것은 맞지만 그 이유 때문에 의심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가케학원이 수의학부 유치활동을 하던 시기에도 아베 총리와 가케 이사장은 수차례 개인적으로 만나 골프와 식사를 함께했지만 수의학부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에히메현이 공개한 문서에는 아베 총리와 가케 이사장이 2015년 2월에 이미 수의학부 얘기를 나눴다는 기록이 담겨 있다. 또 야나세 다다오 당시 총리비서관이 가케학원과 에히메현 관계자들과 면담하면서 “이 사안은 총리 안건”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기록돼 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아베 총리가 국회 답변 때 계속해서 거짓말을 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아베 총리 측은 에히메현 측의 기록을 부정하고 있지만 이를 반박할 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단지 “(총리관저 출입기록 등) 관련 기록을 폐기해 확인할 수 없다“, “만난 기억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민당 내에서도 공공연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라카미 세이치로 전 행정개혁상은 “처음 부정하지만 나중에 (이를 뒤집는) 문서가 나오는 패턴이 계속되고 있다”며 “총리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가케학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아베정권이 ‘기록’을 부정했다가 나중에 이를 뒤집은 전례가 있다. ‘총리의 의향’이라는 내용이 담긴 문부과학성의 문서가 처음 언급됐을 때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괴문서’라고 일축했으나 이후 문부과학성이 재조사에 나선 결과 해당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아베 총리가 강경한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집권 자민당의 간부들은 옹호하고 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자신의 문제에 대한 총리의 의견을 신뢰하고 지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자민당의 한 각료 경험자는 “총리 스스로 만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상, 그것이 뒤집히면 사임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의 자민당 내 소속 파벌인 호소다파 내에서도 “8대2 정도로 에히메현 쪽 말이 맞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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