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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가사에 지친 남성들.."아빠의 날 필요하다"

입력 : 2018-05-19 12:55:24 수정 : 2018-05-21 16: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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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등에서는 한국의 ‘어버이날’에 해당하는 ‘아빠의 날’, ‘엄마의 날’이 있다. 의미는 한국과 크게 차이는 없지만 ‘아빠, 엄마‘로 나눠 지정하고 있다.

이에 이들 나라처럼 ‘아빠의 날’을 분리했으면 좋겠다는 목소리가 유부남들로부터 흘러나왔는데 이유가 애처로웠다.
■ 아빠의 날이 따로 필요한 이유
시작은 지난 연말부터 계속됐다.
여러 분야의 취재원으로부터 지난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 설날 등 특정한 날을 지칭하며 ‘유부남이라 힘들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밤 늦게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아내들의 가사분담 요구에 쉴 틈조차 없다며 ‘싱글이 좋다’는 조언과 ‘싱글일 때가 그립다’ 등의 푸념을 늘어놨다.

특히 전업주부 아내를 둔 이들의 고충과 불만이 컸다. 이들은 가사도 물론 힘들지만 회사 일도 그만큼 힘들다며, 시간으로만 봐도 남성은 최소 9시간 일하는 반면 여성은 평균 5시간으로 남성이 최소 4시간 이상 더 일한다고 강조한다. 여기에 빈번한 야근을 더 하면 최대 10시간 이상 차이가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들은 평일 퇴근 후 아내의 요구로 설거지나 청소 등을 해야 하고 주말이면 마트 원정을 시작으로 수 시간 이어지는 쇼핑에 동참하며 짐꾼 노릇을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크리스마스 등 특정 기념일이나 주말 나들이는 잠깐이라도 즐길 수 있어 나은 편이라고 말하면서도, 운전사 노릇을 시작으로 가족의 안전을 챙기는 등 수고를 해야 한다며 남자도 사람인데 피곤해서 쉬고 싶은 날이 있다. 하지만 쉽게 허락받지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유일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마저 아내의 요구에 강제노동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며 부당한 가사 분담요구로 해서는 안 될 부부싸움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남성들은 "주말 하루만큼은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했다.
■ 남성은 최소 9시간, 여성은 평균 5시간...남성이 4시간 더 일한다고?
이들의 주장이 상상에서 나온 헛된 것은 아니었다.
실제 통계청 조사결과 주부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평일 5.48시간, 주말 4.99시간으로 나타났다.

그럼 해외는 어떨까.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전업주부들을 대상으로 이들의 가사 등 하루 평균 신체 활동량을 측정한 결과 평균 4시간인 것으로 연구 결과 드러났다.

결과는 지금 어머니 세대(1965년 출생) 여성보다 2시간 정도 활동량이 적은 것으로, 연구팀은 “요즘 시대를 사는 주부들은 어머니 세대보다 활동량이 감소하여 200㎈ 이상 소모하는 신체 활동을 더 해야 비만 위험이 적다”고 지적했다.

한편 여기에 더해 60~70년대와는 달리 기술의 발전으로 버튼만 누르면 빨래부터 건조까지 완성되는 세탁기와 역시 버튼만 누르면 되는 청소기를 비롯하여 최근에는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의 등장으로 과거 손빨래하던 어머니 세대의 가사와는 차이가 있고, 당시보다 편하면 편하지 힘들어지지 않았다고 그들은 강조한다.
남성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 “아빠의 날 필요하다”
이들은 많은 걸 바라지 않았다.
아빠의 날을 주장하면서도 특정 기념일 등으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며 주말 하루만큼은 마음 편히 쉴 수 있게 배려해줬으면 좋겠다고 공통된 생각을 전했다.

신혼인 35세 남성 A씨는 “여행을 좋아하는 아내가 주말만 기다리는 게 솔직히 부담스럽다”며 “여행으로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심신이 지친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아내가 여행을 좋아하듯 나는 야구를 좋아한다. 야구장까지는 아니더라도 TV로 중계를 보고 싶다”고 작은 희망을 전달했다.

결혼 10년 차인 42세 남성 B씨는 “결혼 전부터 쇼핑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주말=쇼핑하는 날‘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지난 결혼생활에서 당연한 행사처럼 진행됐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마트에 안 가면 찬거리가 없다는 말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혼자서 충분히 다녀올 수 있을뿐더러 온라인 쇼핑을 하면 교통비가 절약되는 등의 장점이 있다. 이제라도 주말 ’쇼핑몰 투어(장보기)‘는 그만 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결혼 5년 차인 39세 C씨는 “주말 아침부터 부지런히 집안일 했으면 오후에는 쉴 수 있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가사를 돕지 않는 거도 아니다. 다 하고 쉬는 거도 눈치 보인다. 가끔 아내가 친정에 간다면 행복한 감정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앞서 주장 외에도 다양한 의견과 호소가 많았지만, 이들이 공통으로 외치는 건 가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커뮤니티 등에 떠도는 말이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주말에 아이들 데리고 친정에 가는 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이 단순 우스갯소리는 아닌 듯하다. 유부남들에게 의견을 물으니 “장기간은 곤란하지만 단기는 환영한다”는 입장이었다.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되는 이번 주말. 남편에게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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