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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의 월드줌人] 수단 당국 "재판 포기해"…'부부강간' 피해자 변호인 위협

입력 : 2018-05-18 13:00:00 수정 : 2018-05-17 10:4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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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아프리카 수단의 19살 여성과 관련해 그를 위해 나선 현지 변호인이 “재판을 포기하라”는 보안 당국의 위협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수단의 수도 카르툼에서 활동 중인 보안 당국 ‘ National Intelligence Security Services(NISS)’가 앞선 16일 노라 후세인(19)의 변호인 알 이맘의 사무실을 찾아와 이날 오후로 예정된 기자회견에 나서지 말라고 몰아붙여 결국 자리를 취소시켰다.

노라는 가족의 강요로 한 남성과 결혼했으나 그를 남편으로 인정하지 않다가 성폭행당했다. 그는 다음날 남성이 또 성폭행을 시도하자 칼로 찔러 숨지게 했으며, 살인 혐의로 기소돼 앞선 10일 법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일로 노라를 응원하기 위해 법원 근처에 몰린 시민들은 거세게 분노했으며, 남성에게 짓밟혀온 수단 여성의 인권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노라 후세인(19·모자이크)의 변호인으로 알려진 알 이맘(오른쪽). 미국 CNN 영상 캡처.


이맘은 판결과 관련한 향후 대응 방침을 기자회견에서 밝히려 했으나, 당국의 개입으로 자리에 나서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 당국의 개입 사실은 비슷한 시각 이맘과 연락 중이던 다른 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알게 되면서 외부에 공개됐다.

사실 확인을 위해 CNN이 연락을 취했지만 당국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노라 측은 오는 25일까지 항소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옴두르만에 있는 여자 교도소에 다녀온 단체 관계자들은 다행히 노라가 건강하며 판결에도 불구하고 의연한 자세를 보였다고 입을 모았다.

한 관계자는 “사형 판결 후 노라를 처음 만났다”며 “워낙 법원의 판단이 충격적이어서 눈물을 흘린 흔적이 관찰됐지만 자신을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 덕분인지 희미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고 마음 아파했다.

여러 관계자가 교도소에 다녀가는 등 노라를 구하기 위한 단체들의 의지는 더욱 끈끈해지는 분위기라고 CNN은 전했다.

 
미국 CNN 영상 캡처.


한편 법원 앞에서 판결에 항의했던 샤드 함자(20)는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부부 강간의 피해자가 되고도 자기 이야기를 공개하지 못했다”며 “수단에서는 그런 말을 하는 게 금기로 여겨졌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사람들(여성으로 추정)이 가족이나 조부모에게 피해 사실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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