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美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P·연합뉴스 |
◆볼턴의 도발
볼턴 보좌관은 지난 13일 A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행을 촉구했다. 볼턴은 “그 결정의 이행은 모든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고, 핵무기를 폐기해 테네시 주의 오크리지로 가져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오크리지는 리비아가 2003년 핵 개발을 포기하면서 핵무기 설계도, 육불화우라늄(UF6), 원심분리기 등을 포함한 핵 개발 장비와 물질, 문건 등 모두 25t 분량을 옮겼던 곳이다. 이 때문에 볼턴 보좌관의 발언은 북한에도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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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 뉴스에 출연해 북한의 회담 무산 위협에 대해 “우리는 낙관적인 동시에 현실적”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그는 “우리가 성공적인 회담으로 나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볼턴은 그러나 “우리는 회담의 목적,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CVID)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반발에 대해 “이런 반응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나에게는 매우 익숙한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는 “2003년 조지 W. 부시 정부 당시에 나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폭군’, ‘독재자’로 불렀고, 북한은 나를 ‘인간쓰레기’, ‘흡혈귀’라고 원색적으로 욕했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오늘 아침 나의 한국 카운터파트인 문재인 대통령의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했고, 우리는 이러한 의견들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볼턴은 “한국 측도 북한이 남북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배경을 확실히 알지 못했지만,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를 포기하는 것에 대해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로 떠올랐을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사진=AP·연합뉴스 |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볼턴이 제기한 리비아식 모델이 아니라 ‘트럼프 모델’을 북한에 적용할 것이라고 밝혀 볼턴 보좌관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을 달래려는 태도를 보였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나는 그것(리비아 모델)이 논의의 일부인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한 견해(리비아식 해법)가 나왔다는 것은 알지만, 나는 우리가 그것을 따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형화된 틀은 없다”고 강조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모델’이고, 대통령은 이것을 그가 적합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며 우리는 100% 자신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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