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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강남역 살인사건 2년…여전히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입력 : 2018-05-16 19:03:30 수정 : 2018-05-16 20: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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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상대 강력범죄 1년새 10% 증가/ 여성 표적 범죄 되레 늘어 / 여성들 “여전히 화장실 갈 때 불안” / 17일 추모 집회 “실질 대책” 목청 한국 사회에 ‘여성 혐오’라는 논제를 던진 서울 강남역 여성 살해사건이 17일 2주기를 맞는다. 강남역 인근 공용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사실상 ‘묻지마 살해’를 당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대상 폭력과 혐오에 대한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재발 방지를 위한 구조적·제도적 변화가 뒤따르지 못하면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성혐오 살인 공론화시위’ 커뮤니티 회원들이 지난 2017년 8월 6일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서 7월 5일 발생한 30대 남성의 왁싱업소 여주인 살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고 공론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6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강남역 사건 이후 여성을 표적으로 하는 범죄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역 사건이 발생한 2016년 여성에 대한 강력범죄는 2만7431건에서 지난해 3만270건으로 10%가량 증가했다.

사건이 발생하고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여성 대상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이날 강남역 부근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성 폭력이나 혐오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박모(34·여)씨는 “강남역 사건으로 여성 혐오가 갑자기 생겨난 것처럼 말하지만 실은 여성들이 늘 떠안고 살아야 했던 고충”이라며 “사회적으로 여성 혐오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반갑지만 실질적 방지책은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30)씨도 “강남역 사건 후에도 여전히 공용 화장실을 갈 때 주위를 경계하게 된다”며 “여성들이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 2016년 5월 24일 서울시청 지하 1층 시민청에 마련된 강남역 살인사건 추모공간에 한 시민이 추모 메시지를 쓰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전문가들도 이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들은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을 외치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 이런 여성들의 요구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젠더폭력방지기본법을 제정하고 무고죄나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는 “사회적으로 성범죄에 대한 민감성이나 경각심이 커졌지만 제도적 장치나 시스템 정비는 아직 부족하다”며 “‘젠더 폭력’의 범위나 개념도 정립되지 않아 처벌 규정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2주기 당일인 17일 오후 신논현역에서는 강남역 사건을 추모하는 집회가 열린다. 강남역 사건 당시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는 포스트잇을 붙이며 시위했던 여성들은 이번에는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를 외칠 예정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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