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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정의 원더풀 남태평양] 파도 소리 자장가 삼아… 달뜬 첫날 밤

입력 : 2018-05-18 10:00:00 수정 : 2018-05-16 20: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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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 그리고 출항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타히티 섬.
비행기에서 내려 첫발을 딛는 순간 따스하면서도 청량한 바람이 뺨을 스친다. 태평양을 건너 도착한 이곳은 ‘타히티’다. 콧등에 사르르 내려앉은 공기는 꽃향기를 품고 있다. 기내 승무원의 귓가에 장식되어 있던 티아레 향인 듯하다. 비행기는 소박하고 자그마한 공항에 승객을 부려놓고 활주로 한가운데 서 있다. 화려한 꽃무늬 드레스를 입은 공항 안내원을 따라 활주로를 걸어 공항으로 들어선다. 함께 온 승객들 말고 공항에 다른 여행객은 없다. 붐비지 않는 공항에서 짐을 찾고 출입국장을 나섰다. 환영의 음악 소리가 들린다. 남국의 리듬을 담은 노래 소리는 벌써 사람의 마음을 느긋하게 해준다.


공항 입구에서 들리는 남국의 리듬을 담은 기타 반주와 노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느긋하게 해준다.
아침에 도착한 덕에 오후 크루즈 승선시간까지 공항과 파페에테 시내를 둘러볼 여유가 있다. 먼저 공항 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한다. 타히티에서는 폴리네시아프랑을 화폐로 사용한다. 크루즈에서는 유로와 달러가 통용된다고 하니 기념품을 사거나 파페에테에서 지낼 경비 정도만 환전하면 됐다. 폴리네시아 프랑은 타히티 이외에서는 환전이 어려워 필요한 만큼만 환전하는 것이 좋다. 환전을 마치고 공항 내 통신서비스를 위해 매장에 들렀다. 로밍을 해 왔지만 크루즈가 바다에 떠 있는 동안은 통신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문의했지만 이곳 유심 역시 섬을 벗어나면 통신이 연결되지 않는다고 한다. 결국, 크루즈에서 제공하는 위성통신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돌아섰다. 까만 눈동자에 곱슬머리 서양 아이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프랑스령이다 보니 프랑스 본토 사람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타히티 섬 파페에테 시내. 여객 터미널 주변은 관광 안내소와 주요 건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공항 앞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관광버스에 오르고 있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류장에서 시내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기다린다. 커다란 짐 가방을 가져온 탓에 버스를 기다리기보다 택시에 올랐다. 파페에테 ‘파아아’ 국제공항에서 여객선 터미널까지는 1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시내가 작아 여객터미널 주변에 관광안내소와 주요 건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승선시간인 오후 3시까지 안전상의 이유로 짐을 미리 보관해줄 수 없다고 한다. 큰 짐을 끌고 길을 건너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카페에는 크루즈 승객들과 관광객들이 모여 시간을 즐기고 있다. 카페는 이곳에서 유명한 수제 맥주를 팔고 있다. 이른 점심을 겸해 시원한 수제 맥주와 피자를 주문하고 한숨 돌렸다.

여객 터미널 앞 수제 맥주가 유명한 노천카페.
눈앞에 오늘 승선할 커다란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긴 여정으로 식욕은 없었지만 시차에 적응하기 위해 피자와 샐러드로 간단한 요기를 마치고 주인에게 짐을 맡아 줄 수 있느냐 물었다. 흔쾌히 맥주 탱크 창고 문을 열더니 짐을 넣어준다. 벌써 여러 짐들이 나란히 벽을 타라 맥주통과 함께 서있다. 계산을 마치고 길을 따라나섰다. 상점과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리는데 진주 매장이 유난히 눈에 띈다. 타이티는 세계에서 으뜸가는 흑진주의 나라다.

승선할 커다란 크루즈가 정박해 있다.
강렬한 태양의 열기만큼 쇼윈도의 진열된 옷뿐만 아니라 거리의 옷차림도 화려한 원색의 물결이다. 남국의 커다란 꽃들도 작은 골목골목마다 넘쳐난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도, 거리에 앉아 장사하는 상인들의 손에도, 차려입은 옷에도 꽃이 넘쳐난다. 달콤한 향기마저 더해지면서 남국의 그윽한 분위기에 마음이 함께 들뜬다.

같은 구명보트별로 뱃머리에서 안전 수칙 교육을 받는다.
약국 매장을 찾아 선크림과 모기퇴치제를 비롯해 필요한 물품을 구입하고 짐을 맡겨둔 카페로 돌아왔다. 여객터미널에는 승객들이 승선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너무나도 예쁜 타히티 아가씨와 윗옷을 걸치지 않은 멋진 남성들이 승객들을 환대하며 안내한다. 승선 예약증을 확인하며 서류를 요청하는 직원들이 일을 처리하는 동안 음악과 춤으로 환영파티를 벌이며 시원한 음료와 레몬수를 건넨다. 승선은 오후 3시부터며 출항은 늦은 밤 11시30분이다.

서류를 확인하며 선내에서 입국심사를 하는 동안 짐들은 객실로 보내진다. 프랑스령과 뉴질랜드령의 섬에 도착할 때마다 출입국 신고는 일괄적으로 크루즈에서 대신한다. 승무원을 따라 객실로 들어서니 승무원이 비상시 타야 할 구명보트 위치를 여러 차례 상기시켜 준다. 혹시나 하는 우려에 다시금 새기고 안전수칙 교육을 받기 위해 객실에서 나왔다. 같은 구명보트별로 뱃머리에서 함께 교육을 받는다. 안전수칙 교육을 마치고 다시 돌아오니 이제야 승선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크루즈 객실 발코니에 바라본 짙푸른 바다.
객실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짐을 풀기 시작했다. 배에서 열흘하고도 이틀을 더 머물 예정이라 짐 보따리가 제법 크다. 이삿짐 정리하듯 제자리를 찾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커피 한잔을 들고 안녕이라는 의미의 현지 인사말인 ‘라 오라나(La orana)’라는 제호의 안내 신문을 들었다. 크루즈 내에서 매일 배달되며 모든 안내와 소식이 들어있다. 영어로 되어 있지만 자세히 읽어야 허둥대지 않고 일정에 따를 수 있다.

크루즈 운항 기간 동안 사용할 스노클링 장비를 대여하기 위해 찾아간 선박 뒤편에서는 벌써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객실 밖에서는 벌써 환영 파티가 열리고 저녁 식당 예약과 기항지 관광 프로그램 안내가 진행되고 있다. 선내를 구경하다가 ‘다이버 센터’로 내려갔다. 선박 후면에 이어진 데크에서는 벌써 바다로 뛰어들어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들이 보인다. 에메랄드빛 바다가 유혹하지만 일단은 통신 서비스 센터로 이동했다. 와이파이로 인터넷에 접속해 보니 위성을 통하는 탓인지 만족할 만큼 빠르지 않다.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대도시와 같은 통신환경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인 듯싶다. 식당, 강당, 안내데스크 등 중요한 장소의 위치를 확인하니 오후시간이 흘러간다.

드디어 내일부터 꽃향기 품에 안긴 채 신비로운 남태평양 섬과 산호초를 탐험한다는 기대를 안고 객실 발코니에 선다. 짙푸른 바다와 파도 너머 먼 지평선이 매혹적이다. 배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가 설렘으로 심장까지 이어지는 듯하다. 창가에 비친 지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남국의 별들을 감상하면서 저녁식사를 즐기며 긴 하루를 되새긴다.

박윤정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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