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과 미국, 중국의 외교전이 숨 가쁘게 펼쳐지고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한반도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관련국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 운전자’로서 문 대통령의 역할이 또다시 주목받는 시점이다.
원재연 논설위원 |
남북, 북·미 사이의 연쇄 정상회담이 성사된 데는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는 문재인정부의 중재외교가 큰 몫을 한 게 사실이다. 오늘 취임 1주년을 맞는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80% 안팎을 기록하는 것도 이에 힘 입은 바 크다. 악화일로로 치닫던 한반도 정세를 극적으로 바꾸고 북한 비핵화의 실마리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4·27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르면서 높은 지지율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북한과 중국의 밀월로 북핵 해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양측은 단계적 비핵화 해법을 고수하지만 미국은 이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트럼프의 이란 핵 협정 파기 선언에는 북한과 적당히 합의하고 넘어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도 담겼다. 아직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장담하기 이르다. 영구적인 한반도 평화로 가는 여정은 멀고도 험난할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그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았고, 비핵화의 구체적 조치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한 낙관은 금물”이라고 한 데는 이런 정세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섣부른 낙관도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
지지율은 신기루 같은 것이다. 높은 지지율에 취해 잠시 방심하면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하는 것은 문재인정부가 지난 1년 동안 잘해왔다고 국민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력한 제1야당 덕을 본 측면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반사이익을 즐길 일은 아니다. 제 역할을 못하는 야당은 여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야당이 강해야 여당도 정부도 강해지는 법이다. 높은 지지율만 믿고 독불장군식으로 내달리다가 역풍에 시달린 정권이 한둘이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겸허하게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정부 앞에 놓인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일자리 창출 등 내치(內治)에서 실력을 보이지 못하면 외교안보 분야 성과도 빛이 바랠 수 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사건(드루킹 사건) 등 이상 신호들도 감지된다. 대북관계에 쏟은 열정과 관심을 국내 문제에도 돌려야 한다. 한반도 평화든 경제문제든 야당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가 절실한 이유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취임사의 다짐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원재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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