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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화장실에서 대변 기피하는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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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6 14:58:45 수정 : 2018-05-06 14: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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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이모(13) 군은 초등학교 입학 후 지금까지 학교에서 대변을 본 적이 없다. 수업 중에나 쉬는 시간에 아무리 대변이 마려워도 꾹 참다가 방과 후 집으로 달려가 일을 봤다. 이군의 부모는 “1학년 때는 ‘학교 화장실이 낯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습관이 돼버린 것 같다. 요즘 학교 화장실 환경이 많이 개선됐다는데도 그런다”며 “아이 변비가 잦은 것도 제 때 변을 누지 않은 것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걱정했다. 이군은 학교 화장실이 불결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변기가 오물이 묻어있는 등 앉아서 누기 힘들 만큼 지저분한 때가 많다”며 “그래서 어떤 친구들은 앉지 않고 신발 채로 변기에 올라가 쭈그려 앉아 누기도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박모(15)군은 중학교 입학 후 배 속에 불편한 신호가 오면 안절부절하기 일쑤였다. 초등학교 때는 집이 가까워서 참다가 방과 후 집으로 달려가면 됐는데 중학교는 집과 거리가 좀 있었기 때문이다. 수업 중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은 눈치가 보였고, 쉬는 시간에는 많은 학생이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통에 편하게 대변을 볼 수 없었다. 박군은 고육책으로 학교와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 친구의 도움을 받아 생리적 고민을 해결했다. 

최근 새로 단장한 서울지역 초중고교 화장실 모습.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에서 정상적으로 대변을 보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과거에 비해 초중고교 화장실 환경이나 위생 상태 자체가 몰라보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상태가 불량한 데가 있는 환경적 요인이나 공용화장실 이용 에티켓 을 잘 지키지 않는 문화, 편하게 볼 수 있는 시간 부족 등에 따른 심리적 요인이 작용한 탓으로 풀이된다.

초등학교 6학년 딸을 둔 이모(44·여)씨는 “학교 화장실을 가보면 시설이 괜찮은데도 딸 아이가 학교에서 대변을 본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주변에 그런 학생이 많다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학교보다 집 화장실이 더 쾌적하고 안정감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중학교 교감은 “초등 저학년뿐 아니라 중고생 중에서도 학교 화장실 이용을 꺼려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며 “아무리 시설을 좋게 해도 교사용 화장실과 달리 학생용 화장실은 이용자가 많아 쉬는 시간 10분 동안 편하게 큰 일을 보기가 쉽지 않고, 청소를 해도 금방 더러워지는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교육당국과 전국 지방자치단체 등이 화장실 시설개선사업을 꾸준히 벌이면서 화장실 환경은 많이 좋아지고 있다. 예컨대 서울의 경우 최근 3년(2015∼17년)만 해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가 손잡고 1340억원을 들여 956개 초중고교 화장실을 전면·부분 보수하거나 낡고 고장난 변기 등을 교체했다. 보수 과정에서 전문가 참여해 신세대 학생들의 취향을 감안한 디자인과 설계를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교 차원에서 매 시간마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관리하거나 학생들 스스로 깨끗하게 사용하는 에티켓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화장실 청결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문제는 제 때 대변을 누지 못하면 건강에도 안 좋고 특히 성장기 청소년에겐 ‘대변 장애’가 정상적인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정연 강북삼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과장)은 “변을 누고 싶을 때 안보고 참으면 직장 내 물이 흡수돼 변이 점점 딱딱해지고, 그러면 변을 볼 때 아파서 변을 잘 안보려고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변이 굳고 며칠간 못봐서 양이 많아지면 항문이 찢어지거나 직장 점막이 항문 밖으로 나와 피가 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변비가 지속되면 만성 복통과 식욕 저하,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하고, 성장 저하까지 올수 있다”며 “변비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려면 아침을 먹고나서 변을 보는 습관을 갖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음식을 먹으면 반사 작용으로 장 운동이 시작되는 만큼 아침을 먹은 뒤 물을 마시고 화장실에서 3∼5분가량 똑바로 앉아 대변 보는 습관을 가지라는 것이다. 물을 하루 1L 이상 충분히 마시고 섬유질이 많은 야채와 수분이 많은 과일을 먹는 것도 변비 예방에 좋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공용화장실 사용 시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교육을 철저히 하고 수시로 청결여부를 점검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교사들도 학생들이 생리작용을 느끼면 언제든지 편하게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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