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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잃어버린 숨 쉴 권리] 당신에게 미세먼지 해결비 1조 원이 주어진다면?

입력 : 2018-05-03 10:00:00 수정 : 2018-05-02 22: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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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회) 전문가 제언-나에게 1조원이 있다면 <끝> / “친환경 승용차에 쏠린 예산, CNG버스·전기이륜차로 분산을”
‘당신에게 미세먼지를 해결하기 위해 1조원이 주어진다면, 이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겠습니까.’

예산을 들여다보면 정부가 어떤 정책에 얼마만큼 관심을 쏟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방점을 찍는 분야는 예산액이 많거나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상대적으로 소홀한 분야는 예산액도 적고 갈수록 줄어든다.

지난해 발표한 ‘미세먼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우리 정부의 미세먼지 예산(2017∼2022년)은 7조원이 넘는다. 연간 약 1조원이 조금 넘게 쓰이는 셈이다.

발전과 산업, 도로수송 등 총 8개 분야 중에서 올해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건 도로수송 분야다. 총예산 1조1478억원(국회 확정 예산 기준)의 절반에 가까운 5444억원(47%)이 도로 분야에 쓰인다. 그 대부분이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3971억원)하는 데에 들어간다.

전체 과제를 놓고 봤을 때 친환경차 보급에 이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3460억원)다. 이어 노후 경유차 관리 강화(1222억원),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866억원), 건설장비 배출 저감(432억원) 등의 순이다. 요약하면 친환경차 보급을 늘려 도로부문 미세먼지를 줄이고, 재생에너지 기술을 개발해 비중을 늘리겠다는 뜻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전문가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전문가 8인에게 정부의 미세먼지 종합대책 내용과 예산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여러분에게 1조원이 있다면, 어떻게 편성하겠습니까.’

설문 일부는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의 협조로 진행됐다.
◆“친환경 승용차보다 친환경 버스·이륜차”

도로수송 분야는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는 의견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4대 4로 갈렸다. 하지만 대체적인 방향성은 보였는데, 노후 경유차 관리는 더욱 강화하고 친환경 승용차에 집중된 예산을 압축천연가스(CNG) 버스나 전기 이륜차 확대로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노후 경유차 관리 예산에 대해 5명이 수십억∼수백억원을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78억원 증액 의견을 낸 이경석 환경정의 국장은 “경유차 퇴출과 관련한 로드맵 없이 예산이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2030년 자가용 경유차 퇴출’을 공약했는데, 이 내용이 종합대책 예산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국장은 또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와 운행제한은 이어가되 (경유)화물차에 대한 별도 계획이 수립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임종한 인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경유차와 휘발유차 등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과 등록을 2024년, 늦어도 2040년까지 폐지하는 강력한 정책을 세워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적극적 주장을 폈다.

정부가 가장 많은 돈을 쏟아붓는 친환경차 보급에 대해서는 5명이 지금보다 예산을 줄이는 쪽을 택했다. 이들 중 3명은 일반 승용차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버스나 이륜차의 연료전환사업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친환경차 보급 지원금은 생계형 경유차 운전자에게 우선적으로 혜택이 가도록 하고, 버스는 전기차로 교체될 수 있도록 충전 인프라도 확대돼야 한다”고 전했다.

‘전기차 충전 서비스 육성’도 5명이 증액을 결정했다.

김윤신 세계맑은공기연맹 대표와 이 국장은 2015년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산업계 반발로 미뤄진 친환경차(저탄소차) 협력금제도에도 각각 50억원, 2억원을 배정했다. 친환경차 협력금제도는 대형차에는 부담금을 매기고 친환경차에는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와 관련해서는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가 비교적 쉽게 시행할 수 있는 정책임을 강조하며 도로 재비산먼지 관리에 500억원을 책정했다.
◆‘도시숲’ 인기, ‘측정강화’는 별로

8개 분야 31개 과제 가운데 정부와 전문가가 가장 큰 의견 차이를 보인 사업은 ‘도시숲’, ‘선박·항만 미세먼지 저감’과 ‘위성 등 미세먼지 측정 강화’다.

도시숲은 도시와 도시 외곽을 연결하는 숲을 조성해 미세먼지를 분산·저감하려는 사업이다. 도시숲 예산은 지난해 45억원에서 올해 35억원, 내년 25억원 등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직접 집행한다면 적게는 45억원에서 많게는 213억원까지 늘리겠다고 답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의 미세먼지(PM10) 농도는 도심보다 26%,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41% 낮았다. 나뭇잎이 먼지를 흡착·흡수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정부가 63억원만 배정한 선박·항만 미세먼지 저감 사업도 아쉽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부산과 울산, 인천 등 항만을 끼고 있는 곳에서는 선박이 배출하는 미세먼지 양이 엄청나다. 황 함유량이 높은 벙커C유가 선박 연료로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선박 미세먼지 저감 평균 예산은 174억원이었고 최대 500억원을 배정한 이도 있었다.

장영기 수원대 교수(환경에너지공학)는 “기존의 예산 구조를 그대로 따라가지 말고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관리되지 못하던 부문의 배출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시숲과 달리 위성 등을 활용한 미세먼지 관측 강화는 1명만 증액 의견을 내 가장 인기 없는 정책으로 꼽혔다. 그 대신 대기질 예측시스템을 개발하고 예보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소수(2명)에 그쳤다.

◆“취약계층 보호할 대책 필요”

기존 예산에 없거나 비중이 매우 낮은 정책을 강조한 의견도 있었다. 곽종원 한국건설기계연구원 본부장은 ‘미세먼지 저감기능 시설물 개선·설치’에 865억원을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곽 본부장은 “도로변 미세먼지의 정확한 측정자료가 전무하므로, 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형 미세먼지 저감대책에 앞서 미세먼지를 직접 저감할 수 있는 적극적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취약계층 보호를 주문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준서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유아 보육시설 실내 공기질 관리에 30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밝혔고 임종한 교수는 도로변 인접 학교의 이전과 녹지 조성, 어린이·독거노인 주거환경 개선에 200억원씩 책정했다. 장영기 교수는 공단 주변 초등학교 유해물질 측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미세먼지센터는 “국민들은 미세먼지 원인 규명과 중국 협력, 국내 대책 3가지를 요구하는데 예산도 이와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원인 규명과 중국, 미국 등 국제협력 연구개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미세먼지 원인과 대책을 두고 전문가와 일반 국민 간에 인식 차이가 있는 만큼 국민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지로·김준영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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