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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경찰, 진정한 수사권 독립 이루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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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5-01 21:14:00 수정 : 2018-05-01 23: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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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배후 국민 의구심 여전 / 정권 눈치보며 ‘부실수사’ 뭇매 / 경찰의 숙원인 검경수사권 조정 / 국민만 보는 수사 이뤄질 때 가능 경찰처럼 4·27 남북정상회담이 반가운 조직도 없을 것이다. 4·27 효과로 온갖 사회적 이슈가 묻히고 있다. ‘드루킹’ 사건이 그렇다. 며칠 전만 해도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에 한창 힘이 실리던 상황이었다. 잇단 실책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던 경찰이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하지만 잠시 소낙비를 피했을 뿐이다. 드루킹 배후에 대한 국민적 의구심은 여전하다.

드루킹 사건을 보면 과연 경찰에 수사권을 줘도 되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드루킹 김동원(49)씨 등 일당을 체포한 게 지난 3월22일.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17일 네이버 댓글조작 의혹을 고발한 데 따른 수사였다. 사건은 김씨 등이 체포된 지 20여일 지나서야 언론에 알려졌다. 경찰은 사건을 쉬쉬하고 싶었던 듯하다. 모든 게 석연찮아서다.

경찰은 김씨 등을 구속할 무렵 “민주당원”이라는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그런데도 “확인중”이라고 뭉그적거리다가 기자들이 “이름만 알려주면 알아봐 주겠다”고 하자 그때야 사실 확인에 나섰다. 전화로 1시간이면 확인 가능한 일이었다. 김경수 민주당 의원의 실명이 공개된 뒤에는 이주민 서울경찰청장까지 나서 문자메시지의 ‘일방성’을 강조하기에 급급했다.

압수수색은 사건 수사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경찰은 김씨 등의 본거지인 느릅나무출판사를 압수수색한 지 한 달 만에 다시 수색했다. 김씨 등이 구속된 상태에서 누군가 블로그를 폐쇄했다가 공개하는데도 바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뒤늦게 신청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서 기각하자 부실수사 책임을 검찰에 떠넘기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일부에선 경찰의 석연찮은 수사 태도를 이 청장의 차기 경찰청장 유력설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이 청장은 6월 말 임기가 끝나는 이철성 경찰청장 후임으로 거론돼 왔다. 인사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 관련되어 있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러나 이 청장이 자리에 연연해 초기 수사를 그르쳤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청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누가 그 자리를 대신했더라도 상황은 비슷했을 것이다. 경찰에는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숙원이다. 경찰로선 노무현정부 때 거의 손에 쥐었다가 놓친 뼈아픈 경험이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다시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대통령에서 민정수석, 법무장관, 행안부장관, 여당까지 나서 경찰을 응원하고 나섰다. 거기에 검찰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 수사과정에서 잇단 부실수사 논란으로 그로기 상태나 다름없으니 경찰이 의욕을 낼 만했다.

현 정권과 코드를 맞추려는 경찰 노력은 애처롭기까지 했다. 농민시위 진압과정에서 숨진 백남기씨에 대한 사과를 시작으로 인권 경찰로 변신을 꾀했다. 집회·시위 현장에 물대포·살수차를 배치하지 않기로 하는가 하면 영장심사관 제도를 도입했다. 과거 인권 침해 사례를 조사할 진상조사위원회를 설치하고 댓글공작을 자체 수사하겠다면서 자기 식구들에 대한 압수수색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희준 사회부장
경찰 지도부가 수사권에 목매는 듯한 모습을 보이니 조직 전체가 그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드루킹이 민주당원이라고 진술했을 때, 드루킹의 휴대전화기 텔레그램에서 김경수 의원의 이름이 발견되었을 때 경찰 수사관들도 당혹스러웠으리라. 눈치 빠른 수사관이라면 본전도 찾기 힘든 수사가 될 것임을 직감했을 것이다. 어쩌면 사건이 ‘민주당 고발로 수사하고 보니 민주당원이었다’는 언론 보도를 계기로 해프닝으로 묻히길 바랐을지 모른다.

경찰이 깨달아야 할 게 있다. 수사권은 정권 차원에서 ‘귀여운 푸들’에게 주는 포상이 아니다. 국민 지지와 성원이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경찰의 수사권 주장에서는 인권 차원의 접근보다 검찰 견제 논리가 강하다. 수사종결권까지 쥔 ‘공룡경찰’의 인권 침해 가능성을 우려하는 검찰 측 논리에 수긍이 가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경찰의 진정한 수사권 독립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만을 보는 수사, 인권을 중시하는 수사가 이뤄질 때만이 가능하다.

박희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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